항목 ID | GC025E0204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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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대부북동 종현마을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김진호 |
지금은 어디에나 흔하게 볼 수 있는 음식점 중의 하나가 ‘바지락칼국수’집으로, 조개가 나는 서해안과 남해안뿐만 아니라 대도시의 길거리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는 음식점이 되었다. 이 바지락 칼국수가 처음 시작된 곳이 바로 대부도이다.
시화방조제를 지나 대부도에 들어오면 방아머리를 지나면서 음식거리를 만나게 되는데, 대부분의 집들이 바지락 칼국수집이다.
종현 마을에도 길가에 4개의 바지락 칼국수집이 있다. 이렇게 보면 대부도는 가히 ‘바지락 칼국수의 고향’라고 불릴 만하다. 그렇다면 대부도에 바지락 칼국수가 유명하게 된 까닭은 무엇일까?
지금은 별미로 먹는 음식이지만 바지락 칼국수에는 먹을 것이 부족했던 시절 가난한 섬마을의 배고픈 기억이 들어 있다. 6·25전쟁 이후 먹을 양식이 부족했던 시절 미국의 원조로 밀가루가 대량으로 들어왔는데,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대략 1960년대 이후부터 바지락 칼국수를 만들어 먹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대부도에서는 예전에 밀농사를 짓지 않았다고 한다.
봄부터 여름을 지나 가을까지 바지락을 잡는데, 갯벌에서 바지락을 잡아오면 온 식구가 칼국수를 해 먹느라 왁자지껄했다고 한다. 밀가루를 반죽해서 홍두깨나 됫병[소주나 청주를 담았던 1.8ℓ 큰 병]으로 반죽을 넓게 밀어 채썬 뒤, 소금물에 넣어 개흙을 토하게 한 바지락을 넣고 텃밭의 호박과 고추를 넣고 큰 솥에 끓여 온 가족이 나누어 먹었다.
마을 사람들은 가난했던 1960~70년대를 기억하며, 여름 초저녁에 마당에 멍석을 깔고, 말린 쑥으로 모깃불을 피워놓고 온 가족이 둘러앉아 먹던 바지락 칼국수는 행복한 한때를 가져다주는 소중한 음식이었다고 입을 모은다.
그렇게 집에서 끓여먹던 바지락 칼국수가 음식점의 메뉴가 된 것은 대부도에 많이 있던 염전들로 인해서였다. 당시 염전에는 많은 염부들이 일을 했는데, 염전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쉽고 빨리 제공할 수 있는 음식이 칼국수였기 때문에 주로 점심식사로 제공했단다. 그 후 본격적으로 칼국수를 전문으로 하는 음식점이 생기게 된 것은 대부도와 주변 섬들을 연결하는 방조제 공사가 진행되던 1980년대 후반이라고 한다.
대부도는 원래 선감도, 불도, 탄도 등 인근 섬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1980년 후반 이들 섬들이 각각 방조제로 연결되었고 이때부터 건설현장 사람들, 관광객 등 외지 사람들의 왕래가 잦아지게 되었다.
그때 선감도와 대부도 본섬 사이를 잇는 방조제 부근[당시 신당리]에서 살던 사람들이 포장마차를 운영하면서 바지락칼국수를 주 메뉴로 하면서 선을 보였고, 그 후 바지락 칼국수 식당을 연 것이 바지락칼국수 전문점의 시작이었다고 마을 사람들은 기억하고 있다.
1997년 시화방조제가 완공되자 육지와 연결된 대부도에는 주말마다 관광객들로 붐볐고, 이 때부터 대부도의 칼국수는 유명세를 타게 되었다.
지금은 방아머리 인근부터 불도, 탄도까지 길마다 칼국수 전문점들이 즐비하게 들어서 있어 섬을 찾는 관광객들의 입맛을 돋우는 대표 주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바지락은 연체동물문, 이매강의 백합과에 속하는 종으로 한국, 일본, 중국 등 아시아 뿐 아니라 미국과 캐나다 연안과 유럽에도 자생한다. 보통 다른 조개보다 껍질에 비해 살이 알차게 들어 있는 조개라고 한다. 바지락은 무기질의 양이 높은 편으로 소화흡수가 잘 되고 간장에 부담을 주지 않아 병후의 원기회복이나 어린이, 노인의 영양식으로 권할 만하다. 또한 조개종류 중 철분의 함량이 가장 높아 임산부나 운동선수가 걸리기 쉬운 빈혈 예방에 매우 중요한 식품이다.
게다가 바지락의 육질 속에는 간의 해독작용을 촉진하는 주성분인 타우린 함량이 풍부할 뿐만 아니라 비타민E1, 비타민E2가 많이 들어 있다. 따라서 술을 마실 때 바지락을 안주로 마시면 간장 보호는 물론 숙취 예방에도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경기도를 대표하는 지역음식의 하나로 지정되어 더욱 유명해진 바지락칼국수지만 대부도의 음식점들 중 거의 대부분은 외지 사람들이 운영하는 곳이다. 종현 마을 역시 바지락칼국수 식당 네 군데 중에서 종현마을 토박이가 운영하는 집은 한 곳뿐이고 다른 세 집은 외지 사람들이 운영하고 있다.
다른 음식들도 그렇겠지만 바지락 칼국수에서 맛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좋은 재료를 사용하는 것이고, 둘째로 중요한 것은 음식을 만드는 사람의 정성이 깃들어 있는 손맛일 것이다. 대부도가 육지가 되기 전 비록 어려운 형편이었지만 집에서 가족들이 둘러앉아 만들어 먹던 그 맛을 내는 음식점이 점점 사라져 가는 것이 아쉽다고 마을 주민들은 이야기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