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460176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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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칭/별칭 | 오란희(五卵戱),석유(石遊) |
분야 | 생활·민속/민속 |
유형 | 놀이/놀이 |
지역 |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
집필자 | 변성구 |
[정의]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지역에서 아이들이 일정한 규칙에 따라 다섯 개, 혹은 그 이상의 작고 동그란 돌알을 가지고 노는 놀이.
[개설]
밤톨만한 작고 둥근 돌을 모아 일정한 규칙에 따라 돌을 위로 던지고 잡고 하면서 누가 많이 돌을 따내는가를 겨루는 놀이이다. 정확한 연원은 알려져 있지 않으나 문헌이나 그림으로 전해져 오는 것을 보아 역사가 오랜 놀이라고 할 수 있다.
다섯 알 공기와 여러 알 공기로 크게 나뉘며, 돌알을 쉽게 마련할 수 있는 다섯 알 공기가 널리 보편화되어 있다. 신체적으로는 손과 눈의 협응력을 높일 수 있고, 손가락을 움직이는 근육의 기능이 발달되며, 정신적으로는 규칙의 준수·수의 개념·승부의 판단·협동심·경쟁심·질서의 존중의식 등을 발달시킬 수 있는 놀이이다.
[연원]
문헌상으로 놀이의 연원이 정확히 밝혀진 것은 없으나 전국 각 곳에 널리 퍼져 있고, 놀이 방법이나 명칭이 지역에 따라 다양하며, 옛 문헌에 놀이에 대한 기록이 전해지는 것으로 보아 꽤 오래 전부터 행해져온 놀이임에 틀림없다.
조선 헌종 때 이규경(李圭景)의 『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에 “우리나라 아이들이 둥근 돌알을 가지고 노는 놀이가 있어 공기(拱碁)라고 한다. 둥근 돌알을 공중에 던져 손바닥으로 받고 이미 받은 것을 솥발 형태로 만드는 것을 ‘솥발공기[鼎足拱碁]’라고 한다.”는 기록을 보면 ‘공기’라는 명칭과 더불어 오늘날 여러 알 공기에 해당하는 솥발공기에 대한 설명이 나온다. 이 놀이를 소개한 문헌을 더 찾아보면 최영년(崔永年)의 『해동죽지(海東竹枝)』[1925]에는 ‘오란희(五卵戱)’라는 이름이 붙어 있고, 일제 강점기 조선총독부에서 발간한 『조선의 향토오락』[1941]에는 ‘석유(石遊)’로 기록되어 있다. ‘오란희’는 오늘날 다섯 알 공기를 일컫는 이름이라고 보이며, ‘석유’는 돌알을 갖고 노는 놀이란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 보아 여러 알 공기인 솥발공기가 일찍이 행해지는 가운데 도구를 쉽게 마련할 수 있고 다양한 손재주를 부릴 수 있는 다섯 알 공기가 분화 발전된 것으로 보인다.
[놀이 도구 및 장소]
놀이 도구로는 주로 조그맣고 동그란 돌알이며, 그 외 구슬이나 오자미[주머니에 콩 따위를 넣고 봉하여서 공 모양으로 만든 것]가 사용된다. 근래에는 플라스틱으로 만든 공기가 널리 쓰이고 있다. 놀이 장소는 평평한 땅바닥이 적절하다. 구슬이나 오자미, 플라스틱 공기인 경우는 방이나 마루에서도 놀이가 가능하다.
[놀이 방법]
놀이 방법은 다섯 알로 놀이하는 〈나이먹기〉[다섯 알 공기]와 많은 돌을 놓고 서로 많이 차지하는 내기를 하는 〈모둠공기〉[여러 알 공기]로 나눌 수 있다. 널리 보편화된 다섯 알 공기는 둘이나 혹은 여럿이 자신이 먹을 나이[1백 살 혹은 쉰 살]를 먼저 서로 약속하고 놀이를 시작한다.
먼저 한 알 잡기를 한다. 다섯 개의 공깃돌을 손바닥에 쥐고 그 가운데 한 알을 위로 던져 올리는 동시에 나머지 네 알은 얼른 땅바닥에 놓은 다음, 던져 올린 돌이 땅에 떨어지기 전에 받는다. 그 돌을 다시 던져 올리면서 땅바닥의 돌 한 알씩과 내려오는 돌을 같이 잡기를 네 번 한다. 이때 바닥에 놓인 돌을 잡을 때 옆의 돌을 건드리거나 내려오는 돌을 못 잡아서 실수하면 실격이 되어 다음 사람에게 차례가 넘어간다.
한 알씩 잡기를 성공하면 두 번째로는 첫 번째와 같은 방법으로 두 알씩 잡기를 두 번 하고, 세 번째로는 한 번에 세 알을 잡고 나머지 한 알을 잡는다. 다음 네 번째로는 땅바닥의 네 알을 한꺼번에 쓸어 잡는다. 다섯 번째로는 고추장 찍기를 한다. 한 알을 위로 올리고 내려오는 사이 검지손가락으로 땅 바닥을 찍고 내려오는 돌을 받아낸다. 여섯 번째는 다섯 알을 위로 던져 올렸다가 손등으로 받고 받은 공깃돌들을 다시 위로 올렸다가 떨어지는 것을 다 한꺼번에 채어 잡아낸다.
채어잡기를 할 때, 손등에 얹혔던 돌이 셋이면 3년, 다섯이면 5년으로 계산하는데, 손등에 얹혔던 돌을 던져 올려 채어 잡을 때 하나라도 놓치면 실격이 된다. 그래서 작은 손등에 얹힌 돌들을 손등을 움직여 떨어지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채어 잡기 좋게 조절하기도 한다. 또한 손등에 공깃돌이 하나도 얹히지 않아도 실격이 되어 역시 공깃돌을 다음 차례에 넘겨주고 기다려야 한다. 이 순서에 따라 실수 없이 성공하면 계속할 수 있을 때까지 되풀이할 수 있으며 잡은 돌의 개수만큼 나이를 쌓아간다. 약속한 나이에 먼저 도달한 사람이 이기게 된다.
서로 돌을 많이 차지하는 내기를 하는 방법도 있는데, 그것을 ‘여러 알 공기’, ‘많은 공기’, ‘모둠 공기’라고 한다. 바닥에 수십 개의 공깃돌을 흩어놓은 다음 자기의 돌 한 알을 집어 공중으로 던져 올리고 땅바닥의 돌을 몇 개씩이건 잡을 수 있는 만큼 쓸어 잡으면서 동시에 떨어지는 한 알을 합쳐 잡는다. 이렇게 잡아낸 돌 중 원래 자기 돌 하나를 뺀 나머지 돌은 모두 자기 소유가 된다. 이와 같은 과정을 반복하면서 많이 잡아낸 사람이 이기게 된다. 변형된 방법은 수십 개의 돌을 두 손에 잡아 위로 던져 올린 다음, 손 등으로 이를 받아내고 이를 흩어지게 뿌리며 하나를 잡아 자기 돌로 삼고 이 돌을 가지고 바닥의 돌을 쓸어잡기를 하는 것이다. 이때 손등에 올라온 돌들 중에 돌 위에 얹혀진 것을 ‘솥덕’이라 하여 거저먹기도 한다. 돌을 던져 올리고 바닥의 돌을 쓸어잡을 때 옆 돌을 건드리거나, 떨어지는 한 알을 합쳐 잡지 못하면 실격이 된다.
[생활 민속적 관련 사항]
공기놀이는 협동심과 경쟁심을 불러일으키는 재미있는 어린이 놀이로 손재주나 운동신경 그리고 대인관계의 훈련 등에도 도움이 되고, 아울러 조심성과 침착성도 길러주는 이점이 있어 민간에서 예로부터 즐겨온 민속놀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공기놀이는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세계적으로 널리 보급된 놀이라고 한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처음에는 가축의 뼈로 만든 둥근 알을 가지고 미래를 점치는 도구로 사용하다 나중에는 놀이로 변하였다고 한다. 또 그 시대의 도자기에 공기놀이하는 신들과 남자들의 모습을 담은 그림을 볼 수 있으며, 조선 시대 윤덕희(尹德熙)의 그림[18세기]에서도 두 소년이 공기놀이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유래가 오래되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현황]
공기놀이는 주로 여자 아이들이 하는 놀이였지만 남자 아이들도 함께 놀이에 참여하기도 한다. 오늘날 다섯 알의 플라스틱 공기는 어린이들 사이에서 명맥을 유지하고 있지만, 여러 알 공기는 거의 행해지지 않아 놀이 방법마저도 기억 속에서 상실되어 가고 있는 형편이다. 다섯 알 공기도 명절이나 행사가 있을 때 아이들이 모이게 되면 놀이에 흥미가 있거나 손재주가 있는 아이가 제안을 해서 놀이를 즐기고 있을 뿐 예전처럼 일상에서 놀이하는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