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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없이 키울 수 없는 농작물 이전항목 다음항목
메타데이터
항목 ID GC018E010203
지역 경상북도 울진군 북면 두천리
집필자 신상구

농사일이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에 웃으면서 ‘힘들지 와 안 힘들어. 그래도 땅은 노력을 들인 만큼 나온다’라고 대답한다. 정성 없이 키울 수 있는 농작물은 없다는 것이 마을 사람들의 이구동성이다. 누구나 다 하는 벼농사지만 볍씨를 뿌리기 전 어떤 씨를 선택하는가가 중요하고 그리고 일 년 동안 관심과 정성을 들여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조금이라도 한눈을 판다면 땅은 질투하고 결국은 그 대가를 치르게 한다. 질투가 많은 땅은 한눈팔기를 허용하지 않는 것이다.

[벼농사]

벼농사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볍씨를 잘 고르는 것이다. 4월에 좋은 볍씨를 고르기 위해서 소금물에 담궈 두는데 이때 수면위로 뜨는 것만을 사용한다. 어렵던 시절 수확량을 많게 하기 위해서 밥맛이 없는 통일벼나 육이도 등을 사용하기도 하였지만 요즘은 밥맛이 좋고 수확량이 좋은 것으로 바뀌었다. 모내기 전 밭을 갈아주는데, 소가 끄는 써레를 이용하기도 하지만 오늘날에는 기계로 대체되었다. 기계가 보급되기 전 모내기는 마을 단위의 품앗이로 행해졌지만, 현재는 대신 기계를 빌려주는 기계 품앗이를 행하기도 한다. 두천에서 모내기는 다른 지역보다 빨리 행하는데 산간지방으로 온도가 낮아 빨리 모내기를 끝내야 한다. 모심기 이후에는 잡초를 제거하기 시작한다. 뽑아도 뽑아도 자라나는 것이 잡초라서 한해의 농사중 가장 힘든 시기 중 하나이자 그해 농사의 풍흉을 결정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누구보다 일찍 일어나서 그리고 늦게까지 잡초를 뽑는 다면 9월 추수 때 웃을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에 그 고단함을 잊고 풀을 베어낸다. 벼이삭이 올라오면 벼가 그 무게에 넘어지지 않도록 물을 빼준다. 드디어 추수가 되고 정미소에 넘겨 이를 비로소 쌀로 만든다. 이 과정에서 여름이 되면 태풍에 벼들이 넘어지지는 않을까 걱정하고, 벼가 익기 시작하면 찾아오는 새들을 쫓아내기 위해서 논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보리]

벼의 수확이 끝난 9월 보리 파종이 시작된다. 날이 풀리는 봄이 되면 보리가 얼어죽지 말라고 보리밟기를 해준다. 이때 마을 사람들 모두 동원이 되어서 함께 보리를 밟고 점심 또는 저녁을 먹기도 한다. 3월 잡초를 뽑는데, 벼에 비해서 보리는 한번만 해주면 된다. 그리고 5월이 되면 수확을 한다.

[콩]

벼와 마찬가지로 좋은 씨를 고르기 위한 선별작업이 우선시 된다. 초복이 오기 전 콩을 파종하고 콩밭 양 옆으로 옥수수를 심는다. 파종 후 한달 뒤 김매기를 행하고 두 번 정도 김매기를 한 후 골을 타면서 흙을 복돋아준다. 콩이 넘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오늘날에는 흙을 복돋도다주기보다 대를 세워두기도 한다.

[고추]

고추는 좋은 모종을 시장에서 구입하여 심는다. 두천에서는 고추가 잘 되지 않아 다른 지역만큼 크지 않는다. 고추가 많이 열리면 고추대가 넘어져서 지지대를 세우지만, 두천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을 때도 있다. 7월 말이 되면 수확을 하는데 따는 시기에 따라 ‘맞물따기’, ‘두물따기’, ‘세물따기’라 부르며 제일 처음 따는 고추가 가장 맛이 있다. 보통 5번까지 고추를 따고 나면 더 이상 따지 않는다.

수확된 농작물들은 한 겨울을 보낼 소중한 식량이 된다. 오늘날 교통의 편리로 인해 각종 식료품들을 구입하기가 쉬워졌지만 15년 전만 하여도 이곳에서 겨우내 식료품을 구하는 것은 그리 간단한 일만은 아니었다. 농작물은 서리가 내리기 전에 행하며, 모두 베어서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하게 된다. 오늘날 김치냉장고와 냉장고 등 보관기계의 발달로 인해 그 고민을 덜었지만, 많은 양의 감자와 고구마, 콩 등은 여전히 과거의 방법을 통해서 보관하고 있다. 먼저 감자는 캐고 난 뒤 습기가 마른 다음 구덩이를 파고 묻어서 보관한다. 이렇게 묻어둔 감자는 겨우내 식량이 부족했던 시절에는 쌀 또는 보리 대용으로 먹었으며, 옥수수는 송이를 떼어 껍질을 벗긴 뒤 두 송이씩 묶어 덕장 또는 처마 밑 햇볕에 말린다. 말린 옥수수는 그것을 쪄서 먹거나 또는 쌀이 부족할 경우 옥수수밥을 지어서 먹기도 하였다. 마지막으로 콩, 팥, 조 등은 얼러기(나무가지와 볕짚으로 만든 고깔형태의 집을 일컫는 말)를 만들어 이 속에서 말린 뒤 보관한다.

김치냉장고와 더불어 더양한 전자제품들이 나왔지만 얼러기는 여전히 마을에서 용이한 보관장소로 사용되고 있다. 마을 사람들은 팥, 조, 콩 등을 보관하는데 있어 얼러기 만큼 좋은 것은 없다고 칭한다. 김치냉장고가 김치를 넣는 데 좋지만 농작물을 보관하기는 별로라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옥수수는 아직도 처마밑에서 공기 좋은 마을의 햇볕에 말리면서 한 겨울 이제는 식량대용이 아닌 간식거리를 위해서 말려둔다. 그리고 손자손녀들이 마을을 찾았을 때 군것질 대용으로 주기 위해서 말려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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