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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힘으로 남은 길을 지나다 이전항목 다음항목
메타데이터
항목 ID GC018E020103
지역 경상북도 울진군 북면 두천리
집필자 신상구

십이령 고개길은 울진을 동서로 잇는 길 중에서도 가장 많이 이용한 길이다. 몇 번의 산을 넘고 물을 건너 봉화로 서울로 간 이 길을 선질꾼들은 수없이 왔다갔다 반복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들은 지나가면서 무엇을 생각했을까. 선질꾼의 발길이 멈춘 지 30년이 넘었건만 고개길은 아직도 길을 밟을 주인을 기다리는 듯 쓸쓸하지만 넓어 보인다.

길이 있다면 어디 두천쯤에나 가서

강원남도 울진군 북면의

버러진 너와집이나 얻어 들겠네, 거기서

한 마장 다시 화전에 그슬린 말재를 넘어

눈 아래 골짜기에 들었다가 길을 잃겠네

저 비탈마다 온통 단풍 불 붙을 때

너와집 썩은 나무껍질에도 베어든 연기가 메워서

집이 없는 사람 거기서도 눈물 잣겠네

- 너와집 한 채 -(김명인)

울진 출신 김명인은 250리 100㎞가 넘는 길고 긴 이 길에 대한 감흥을 시로써 풀었다. 선질꾼들에게는 이 길이 무엇으로 보였을까. 잠시 쉴 때도 그 쪽지게를 놓지 않고 서서 쉬었다고 하여 선질꾼이라 불리는 그들에게 이 길은 어떤 의미였을까.

흥부가 되던 울진이 되던 봉화까지 그들은 꼬박 이틀을 걸어야만 했다. 그리고 중간 도착점이 바로 여기이다. 출발과 동시에 그들은 쉴새 없이 이곳에 도착하기 위하여 앞만을 보고 걸었을 것이다. 미역이 많이 나는 3월에서 소금이 만들어지는 7월 여름 봄 햇빛과 여름 따가운 햇살을 온몸으로 받아가면서 그들은 땀과 흙으로 범벅이 된 녹초의 몸을 이끌고 여기 두천 주막집에서 비로소 여장을 풀었다.

선질꾼들이 많이 올 때면 지게에 올린 등짐을 어디에 놓아 둘 곳도 마땅찮다. 그러면 주막집 앞 빈 집을 창고 삼아 넣어두기도 하는데 누가 훔쳐갈 것을 걱정하지는 않는다. 선질꾼을 오래한 이들은 도착과 함께 칼칼한 목을 주막집의 막걸리 한 잔으로 먼저 풀기도 하지만, 돈을 아끼기 위해서 잠만 청하고 밥은 냇가에서 따로 해먹는 경우도 있다.

쌀을 한 움큼씩 냇가에서 씻고 그곳에서 뚝배기에 밥을 한다. ‘밥심’(밥힘)이라 보리밥이나 조밥을 먹지는 않는다. 꼭 쌀밥으로 허기진 배를 채우는데, 유일한 반찬은 고등어다. 그렇다고 온마리를 몽땅 먹을 수는 없다. 짚에다 고이 싼 고등어 한 토막을 밥 먹을 때 조금씩 떼어서 먹고, 그것도 아니면 가랑잎 같은 것에 고등어 조각을 싸서 밥과 함께 끓인다. 밥솥위에 얹은 고등어는 소금에 절인 것이니 소금물이 밥에 배어 간이 저절로 된다. 그렇게 밥 한 그릇을 뚝딱 해치운다. 고등어가 귀한 산골 두천에서는 아이들이 종종 그 한 숟가락을 받아먹으니 쌀밥에 고등어라 그 맛이 기가 막혔던 것으로 기억한다. 주막에서 허기를 때우는 자들은 주모의 맘에 따라 반찬이 바뀐다. 집에서 먹는 음식 그대로 된장찌개에 시래기국을 올린다. 가끔 선질꾼들이 가져오는 고등어가 반찬으로 올라오기도 하지만 이 또한 주모의 맘이다.

허기진 배를 채우면 각자 방을 잡고 잠을 청한다. 한 방에는 7~8명이 함께 잠을 청하는데, 그보다 작은 방에는 더 작게 3~4명이 함께 자기도 한다.

깊어가는 밤잠을 청하지 못한 선질꾼들은 투전판으로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어떤 이는 재수가 좋아 한 몫을 챙기기도 하지만 어떤 이는 재수가 없어 그 돈을 잃기도 하며, 이 과정에서 종종 싸움이 일어나 언쟁이 높아지기도 한다. 이러한 모습에서 선질꾼들은 싸움꾼이라는 이야기가 들리기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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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사진01

아침이 되면 여장을 다시 꾸리는데, 주막을 이용한 비용을 지불한다. 잠만 청한 사람은 10전, 잠도 자고 밥도 먹은 사람은 20전을 지불한다. 돌아오는 길에 지불하는 경우도 있으며, 다음 길에 지불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되도록 외상을 받지 않고 선질꾼도 외상을 하지 않는다. 장사꾼으로서 기질은 여기서도 보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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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천리 주막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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