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24A0202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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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 경상북도 안동시 풍천면 하회리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임재해 |
얼마 전까지도 풍산류씨 종택인 양진당 안채에 들어서면 높이 보이는 처마 밑으로 시렁 위에 나란히 얹어놓은 수십 개의 소반(小盤)이 눈에 띄었다.
모두 제사 때 사용되는 소반들로, 지금은 양진당 전체를 공사하는 중이라 그 풍경을 볼 수 없지만 보수가 끝난 뒤에는 다시 제자리를 지키고 있을 것이다.
예부터 어느 집안이든 종가는 제사가 많은 것으로 유명하다. 종가에서 해야 하는 중요한 일 가운데 하나가 조상들의 제사를 모시는 일이다. 양진당의 경우 한 해에 32번의 제사를 지낸다고 한다. 불천위로 모셔진 입암공과 문경공의 경우 비위(妣位)까지 모두 4번의 제사를 지낸다. 거기에 절기와 명절에 따라 산소를 찾아가 지내는 절사(節祀)가 2번 있다. 집에서 4대 봉사가 비위까지 8번, 종손이 참석해야 하는 절사가 18번 있다. 종합해 본다면 불천위 제사가 모두 6번, 4대 봉사가 모두 8번, 4대 봉사 절사와 종손이 참석해야 하는 절사가 모두 18번이다. 이렇게 본다면 한 해에 약 32번의 제사를 지낸다고 볼 수 있다. 양진당에서 살고 있는 풍산류씨 종손 류상붕 씨는 1979년에 아버지가 돌아가신 이후로 모든 제사에 참여했다고 한다.
집집마다 제사를 지내는 방식은 조금씩 다르겠지만 양진당 제사의 특징을 찾는다면 다음과 같다. 우선 두 분의 불천위 제사가 있다. 불천위 제사란 일반적으로 4대조까지만 올리는 제사의 관례를 깨고 5대조, 6대조가 되어도 그 후손들이 끊임없이 계속 제사를 올리는 특별한 제사를 말한다. 이런 불천위 제사를 올릴 수 있는 조상이 두 분이나 있다는 것은 가문의 최고 명예를 보증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다음으로 양진당에는 조상의 제사를 모시기 위한 건물인 제청이 따로 마련되어 있다는 것이다. 제삿날이면 제청에서 제물을 마련하고 새벽 1시경 제물을 진설한다. 제사는 새벽 3시가 되어야 끝난다. 예전처럼 많지는 않지만 제사에 참여하는 제관이 70명에서 100여 명으로 적은 편이 아니다.
요즘은 시대가 시대인지라 집안에 따라 늦은 제사 시간을 앞당기거나 제물의 양을 줄이기도 하지만 양진당에서는 제물의 양뿐만 아니라 제물을 손질하는 방법 역시 집안에서 내려온 대로 따르고 있다. 그러나 근래 양진당 전체를 보수하느라 제청에서 음식을 장만할 수 없고 임시거처에서 제물을 마련하여 모두 옮겨 가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어, 돌아오는 제사에는 불가피하게 제물의 양을 조금 줄이기로 결정했다고 류상붕 씨가 전한다.
제사는, 자신의 조상을 잊지 않고 살아계실 때 모시는 것처럼 정성어린 마음으로 지내는 것이다. 아직도 류상붕 씨는 조상의 제사를 모시는 것은 종손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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