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160194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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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의미역 | Crossing The Haugogae Pass |
분야 | 구비 전승·언어·문학/문학 |
유형 | 작품/문학 작품 |
지역 | 경기도 부천시 심곡본동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구자룡 |
[정의]
김현순이 경기도 부천에 있는 하우고개를 소재로 하여 지은 시.
[내용]
치맛자락 보인다 소래 염전에 저녁 햇살 절여지고
상수리나무 잎새 이마 가리고 어깨를 툭툭 쳐도
딸은 자꾸만 칭얼거린다
콩배열매 찝질하다고 뱉는다
귀 짖는 쓰르라미
수려사(修麗寺) 미륵존불 소사시장에 내려온다
산길은 평상처럼 펼쳐진다
물오리나무에 기대어 땀 젖는다
쓰르라미 울음소리에 해거름 밑에 누운 달은 잠이 들었다
하우고개 밀어내며 달린다
길들이 지워지고 금강아파트 버즘나무 한 그루
물동이 이고 산에 오른다
누군가 흘리고 간 물 마른 뿌리 적시며 새벽을 밟는다
[의의와 평가]
고개는 산이나 언덕을 넘어 다니도록 길이 나있는 비탈진 곳을 일컫는다. 그래서일까 고개를 넘는 일은 보기에도 힘겨워 보인다. 아무래도 높다는 의미보다는 이쪽에서 저쪽이 보이지 않기 때문인 듯싶다. 내가 가야 할 앞길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처럼 힘든 일도 없을 것이다. 고개를 넘는다는 것은 어쩌면 보이지 않는 내 미래의 삶에 도전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고개의 또 다른 의미로 일의 중요한 고비나 절정을 꼽을 수 있는 것도 비슷한 맥락인 듯싶다. 높은 산 고개를 넘든 인생의 고개를 넘든 고개를 넘는 일은 의미 있는 일이다.
소래염전에 절여진 저녁 햇살은 삶을 더 짜게 절여놓는다. 저 혼자 소금기 있게 떠있는 것이 억울한가보다. 그래서 삶은 해가 기울수록 더 녹녹치 않는가보다. 자꾸만 칭얼거리는 딸내미를 데리고 소사시장에 내려온 화자는 수려사 미륵존불처럼 평온하다. 그래서일까 힘겨운 산길은 평상처럼 펼쳐져 힘겹지도 않다. 잠시 물오리나무에 기대어 땀에 젖을 뿐이다.
짜증 한 번 날법한데도, 내 인생은 왜 이럴까 신세한탄 한 번 나올법한데도, 부처님처럼 자비롭다. 땀에 젖은 이 몸 하나 건사하기 힘들 텐데 화자는 그저 땀이 시원한 물 한 바가지처럼 느껴지나 보다. 어차피 가야할 길이라면 불평하거나 힘겨워하지 않고 노력하는 것, 그것이 평상의 비결이다. 높은 산 고개를 넘든 인생의 고개를 넘든 기꺼이 고개를 넘어가는 일이 좀 더 지혜로운 평상을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