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19A0302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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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 충청북도 충주시 수안보면 미륵리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김병구 |
이한탁 씨, 그는 고생도 많이 했지만 몸 속에 숨겨진 끼를 버리지 못한 사람이다. 현재는 허리를 다쳐서 잠시 술을 끊고 있지만, 신명이 오르면 술 한잔에 노래가 나오고, 쇳소리(꽹가리)만 나면 몸이 근질거려 앉아 있지를 못한다고 했다. 미륵리 마을에서는 경북에서 상쇠를 모셔다가 풍물을 배웠다고 한다. 어렸을 적부터 마을에서 풍물을 배울라치면 여지없이 근처에서 맴돌며 흉내내기 바빴다고 한다. 그럼에도 어리다고 패에 끼워주지 않아서 홧김에 혼자서 달빛에 그림자 보고 상모를 돌리고 벅구를 익혔다고 한다. 제대로 된 도구 없이 하는 것이 오죽했으랴만 그래도 신이 났었단다.
잠시 풍물을 잊고 지내던 그에게 우연히 기회가 왔다. 군대를 막 제대하고 농사짓느라 밭에 있는데 세계사 앞마당에서 징, 꽹과리 소리가 들리기에 자신도 모르게 농기구를 그대로 내팽개치고 가보니 풍물패가 신명나게 놀고 있었다. 다른 것은 잘 몰라도 상모를 돌리면서 벅구노는 모습이 아주 허술해 보이기에 그보다는 잘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에 아무에게나 상모 좀 빌려 달라고 했단다. 여태까지 제대로 된 상모 없이 달빛 속에서 혼자 연습한 것이지만 그야말로 제대로 된 상모를 뒤집어쓰고 돌리니 ‘얼마나 핑핑 잘 돌아가.’ 이를 지켜 본 풍물패가 촌으로 다니면서 사람을 구하고 있는 중이라 하면서 풍물패 가입을 권유하였다고 한다. 충주 국악협회 풍물패였다. 이때부터 행사가 있으면 그는 불려 가서 상모를 돌리며 벅구놀이를 하였다고 한다. 충주 국악협회에 당시 벅구잽이는 7~8명 정도가 있었다. 전봉준이 상쇠였고 윤일로가 지휘하였다고 기억한다. 현재 충주 민속보존회를 이끌고 있는 임창식은 나중에 가입했다고 기억한다. 이젠 예전처럼 그렇게 뛰지는 못한다고 했지만, 그 말 속에는 아직 어느 정도는 놀 수 있다는 자신이 배어 있었다.
그는 가슴 속에 불을 가진 사람이다. 신명으로 뭉친 사람이다. 그러기에 소리만 들려도 뛰면서 돌리고 손짓, 발짓을 통해 가슴의 불을 토하고 신명으로 돌아치는 것이다. 보통 벅구잽이가 여럿이었을 적에 모양있게 돌아치지만 그는 혼자라도 얼마든지 구경꾼 흥을 돋굴 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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