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데이터
항목 ID GC60005097
분야 지리/인문 지리
유형 개념 용어/개념 용어(기획)
지역 광주광역시
시대 현대/현대
집필자 정혜정

[개구리논의 탄생 일화-‘모방은 창조의 어머니’]

한새봉일곡동 뒷산으로 무등산을 모산으로 군왕봉을 이어 삼각산으로 흘러나온 산줄기이다. 한새봉 줄기는 매곡산과 장구봉, 운암산으로 이어져 있어 광주광역시의 북구 지역의 허파 역할을 하고 있다. 한새봉이 있는 일곡마을은 1600년대 광산노씨광산이씨가 함께 마을을 이루기 시작했고, 마을 사람들을 마을 뒷산을 ‘소가 누워 있는 형상’으로 생각해 황소봉이라 불렀다. 남쪽으로 휘돌아 흐르는 산을 ‘소의 여물’이라 생각했고 그 산은 현재 매곡산으로 ‘여물봉’이라 불렀다. 이런 한새봉 아랫자락 소소리골에는 마을 사람들이 공동 경작하며 생태 마을을 일구어가는 개구리논이 있다.

한새봉을 관통하는 북부순환도로 건설 반대를 위해 앞산뒷산지킴이 일곡 주민 모임인 ‘한새봉숲사랑이’와 광주전남녹색연합이 함께 한새봉을 모니터링하고 있었다. 논 입구에 족구장이 있어서인지 이 길은 한새봉을 오르내리는 곳곳의 길 중에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았고, 살레시오고등학교 학생들이 통학로로 이용하였다. 하루는 모니터링을 끝내고 식당 가까운 길을 찾아 산을 내려오다가 논을 발견하였다. 이곳에 논이 있다는 사실에 한 번 놀라고 벼가 노랗게 익은 아름다운 전경에 두 번 놀랐다. 논 앞을 지나다 논의 주인인 노현채 어르신 부부를 만나게 되었다. 노현채 부부로부터 몸이 불편해 내년에는 농사를 짓지 못하겠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러면 내년에는 저희가 농사를 지어볼까요?" 던진 한마디로 개구리논과의 인연이 시작되었다.

당시 광주전남녹색연합 박필순 사무국장은 한새봉 모니터링을 하던 중 개구리논을 발견하고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잡지에서 봤던 수원 칠보산의 ‘두꺼비논’이 떠올랐다고 한다. 함께 농사도 지어보고, 아이들의 놀이터가 되면 좋겠다 싶었다. 또한 개구리가 많고 아이들이 이 논에서 개구리처럼 폴짝폴짝 맘껏 뛰어다니며 놀면 좋겠다 싶어 이름을 ‘개구리논’이라 짓게 되었다.

[개구리논 농사일지]

한새봉의 소소리골을 따라 2,645㎡[800여 평]의 논습지가 개구리논이다. 일곡마을은 1996년 택지개발로 대단위 아파트가 조성되고 한새봉 밑까지 아스팔트와 시멘트가 뒤덮이며 물과 흙의 연결이자 순환인 샘이 사라졌다. 남은 곳은 개구리논이 유일하였으므로 도심 속 ‘생물다양성의 보고’라 할 수 있다. 개구리논의 이러한 생물다양성을 보존하고자 주민들이 함께 2009년 ‘한새봉논두레’를 결성하고 친환경 벼농사를 시작하게 되었다.

광주전남녹색연합이 주축이 되어 한새봉숲사랑이, 틔움복지재단, 광주한살림생협이 함께 농사를 지어보기로 하였다. 농사를 지을 회원도 모집하기로 하고 아파트에 홍보를 해서 가족을 모았다. 논농사는 남자들의 힘이 필요하며, 엄마들이 움직여야 가족 전체가 움직이기 때문이다. 또 아이들에게 개구리논은 농사와 자연을 경험할 수 있는 체험학습장이자 놀이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였다.

2009년 농사 첫해 50가족이 개구리논에 모여 함께 논농사를 짓기 시작하였다. 첫해는 비가 많이 와서 농사가 순조롭게 시작되었다. 하지만 논은 물꼬를 막고 트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한새봉두레 정수미 센터장은 당시 삼각동에서 일곡동으로 이사를 왔다. 남편인 박필순씨가 개구리논에 새벽마다 물을 대러 가야 해서 아예 개구리논 옆으로 이사를 한 것이다. 개구리논에 심을 모는 인근 마을인 용전에서 사오고, 탈곡을 할 때는 기계도 들여왔다. 수확이 끝난 후에는 일곡도서관에서 쌀 나눔 잔치도 크게 하였다. 개구리논에서 농사 지었던 1년이 고스란히 담긴 사진도 보여주고, 회원들에게 쌀을 나누는 잔치였다. 다음 해에는 회원이 70가족, 그 다음 해에는 80가족이 되면서 점차 늘어났다.

농사에는 물이 중요하다. 특히 논농사에는 더욱 그렇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2010년 모내기 날짜는 이미 주말로 잡아놨는데 계속된 가뭄으로 모내기를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결국 살수차를 동원해서 이틀간 개구리논에 물을 댄 다음 모내기를 하였다.

서툰 도시 농부들의 개구리논 경작은 만만치 않았다. 젊은 사람들이 논농사를 짓는다는 소식을 들은 마을 노인들은 개구리논에 들러 한마디씩 훈수를 하고, 김도 함께 매었다. 농사 한 번 지어본 적 없는 아들을 도와 박필순씨의 아버지인 박복규 어르신도 한새봉의 농사를 도와주었다. 그리고 젊은 농사꾼 김영대씨의 힘이 모아져 이어지고 있다.

개구리논의 농사는 초반에는 인근 마을에서 모를 사와서 모내기를 하였다. 그러다가 개구리논에 못자리를 해 모를 길러내어 모내기를 하게 되었으며, 이후 우리 토종벼를 재배하는 과정으로 도약하였다. 김영대씨는 『시민의 소리』 기자를 하던 당시 박필순씨를 만나 개구리논을 경작하면서 도시농부가 되었다. 현재 한새봉 개구리논의 물꼬와 농삿일 전반을 맡아 하고 있다.

[개구리 교실]

또래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이 모여 개구리논과 한새봉을 중심으로 생태 공동육아를 해보고자 결성한 것이 개구리 교실이다. 2009년 뜻을 품은 엄마들은 준비과정을 거쳤다. ‘푸른숲 자연학교’도 가보고 공부도 하면서 자연에서 아이들을 키우고자 2010년 개구리 교실을 만들었다. 당시 한새봉논두레광주전남녹색연합에서 활동가를 파견해서 개구리논의 경작도 돕고, 개구리 교실도 운영하였다.

개구리 교실은 소소리 공원에서 가래떡 컷팅식으로 입학식을 하였다. 옹달샘과 말똥샘 두 선생님이 방과후 교실를 운영하다가 나중에 엄마들이 돌아가면서 품앗이로 요가, 요리, 텃밭농사 등 다양한 생태놀이를 하였다. 주로 개구리논과 한새봉 일대를 돌아다니며 나무 위에 올라가고 그 위에서 이불로 텐트도 만들어 보고, 아지트도 만들어 보았다.

아이들은 산으로 논으로 마구 뛰어다니며 진달래꽃을 따다 화전을 부쳐먹고 아카시아꽃이 피면 튀김을 해 먹었다. 숲속에서 나비애벌레도 잡아보고 산딸기도 따먹고 묘 위에 올라 뛰어도 보았다. 솔방울, 나뭇가지를 주워 신나게 놀기도 한다. 산에는 놀잇감이 천지이다. 이렇게 놀다가 더위에 지치면 물총놀이로 온몸을 적시며 뛰어다닌다.

개구리 교실 아이들은 한새봉과 개구리논을 ‘교실’이라 한다. 개구리교실 1기 아이들 기억 속에는 ‘꽃 따서 전 부쳐 먹기’, ‘1박 2일 캠프’, ‘개구리 교실 가족들과의 여행’ 이 남아 있다. 개구리논 하면 떠오르는 단어에 대해서는 ‘거름’, ‘제2의 학교’, ‘추억! 자연과 함께 할 수 있도록 해준 추억’, ‘쉼터?’, ‘제 친구 같아요’ 라고 대답한다. 그리고 아이들은 또 이야기한다. ‘지금은 사라진 개구리 교실이 꼭 다시 부활해서 어린아이들이 맘껏 뛰어놀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이다.

개구리교실은 2012년 1기 졸업식을 하고 2기까지 유지되다가 지금은 함께 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없어서 운영되지 않고 있다.

[한새봉논두레]

한새봉논두레는 지금의 한새봉두레의 모태이다. 2008년 개구리논의 공동경작에 합의하면서 한새봉논두레의 활동이 시작되었다. 초반에는 광주전남녹색연합에서 개구리논의 공동경작을 하는 프로그램 형식으로 운영되었다. 그러다가 개구리 교실도 만들게 되고 활동을 펼쳐나가기 위해 사무실을 만들게 되었다. 사무실이 없을 때는 소소리공원이나 박필순씨 집에서 만났다. 첫 사무실은 2010년 한새봉숲사랑이 회원이 운영하던 가게인 ‘샵인샵’으로 입주하여 몇 달 세를 살았다. 같은 해 11월에 ‘자립형 지역공동체사업’인 마을기업을 시작하면서 한새봉논두레 사무실[일곡동 894-7]이 생겼다.

개구리논의 공동경작은 물론 사무실 옆에 텃밭을 만들어 경작하였다. 지렁이 분변토를 이용해 텃밭도 가꾸고, 텃밭상자와 지렁이상자를 보급하였다. 또 한새봉 마을학교를 열어 일곡동 동네 한 바퀴를 돌아보고 동네의 숨은 이야기와 지렁이 분변토를 이용해 텃밭을 가꾸는 체험을 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였다. 논생물 조사팀을 꾸려 개구리논에 사는 생물들을 모니터링하고, 논학교를 열어 개구리논 강사단을 육성하고자 하였으며, 더불어 ‘어린이 논학교’를 여는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쳐나갔다. 이때 한새봉논두레 사무국은 박선화씨, 정수미씨, 광주전남녹색연합에서 지원한 박필순씨, 김영대씨가 함께 하였다.

2010년 한새봉 개구리논은 한국내셔널트러스트 보전 대상지로 선정되었고, 2011년에는 전국적으로 시민참여형 생태환경보전운동의 사례로 평가받고 도시생태문화공동체의 우수사례로 인정받으며 ‘SBS물환경대상’을 수상하였다.

2011년 마을기업이 끝나고 한새봉논두레는 ‘논’에서 ‘마을’로의 확장을 꿈꾸며 한새봉두레라는 이름으로 비영리민간단체를 등록하고 2013년 창립총회를 개최하였다.

[밭과 마을로의 확장]

개구리논 위에는 텃밭이 있다. 이 텃밭은 한새봉 산자락에 자리하고 있어서 원래는 지금의 모습이 아니었다. 주민들 개개인이 일구어 경작했던 곳을 2011년 일곡동주민자치위원회와 한새봉논두레, 밭을 경작하고 있는 주민과 일곡동 부녀회가 모여 ‘일곡동 텃밭정원’을 조성하면서 지금의 모습이 되었다. 텃밭의 폐기물을 정리하고 풀을 베어 텃밭을 만들어, 가을에는 김장배추를 공동경작하기도 하였다. 텃밭 경작은 주민자치위원회가 맡아서 해왔다. 이 텃밭 조성을 통해 한새봉은 개구리논을 품고, 텃밭까지 품게 되었다. 또 한새봉논두레는 마을주민의 협의체인 일곡동주민자치위원회와 함께 일곡두레마을주민협의회를 결성하여 2013년 마을사업을 함께 진행하게 되면서 마을과 함께하게 되었다. 이 텃밭은 한새봉농업생태공원이 조성된 후 한새봉두레에서 관리하여 매년 텃밭을 경작할 사람을 모집하고 있다. 현재 이 텃밭은 ‘다랭이 텃밭’이라 부르고 있다.

[한새봉농업생태공원]

개구리논과 다랭이 텃밭이 있는 곳이 한새봉농업생태공원이다. 농업생태공원이 조성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미조성 공원에는 기본계획이 되어 있다. 한새봉 역시 공원 기본 계획이 되어 있었다. 그것을 알게 된 한새봉두레는 2013년 4월 농업생태공원 조성 기본계획 용역 과정에 참여하여 논을 보존하는 쪽으로 바꾸었다. 그런데 2013년 당시 북구 의원이었던 이은방씨가 공원으로 조성을 하자고 제안하게 되었다. 한새봉농업생태공원 조성이 결정되자, 한새봉두레와 주민자치위원회는 한새봉농업생태공원 시민참여 조성을 위한 주민협의회를 결성하였다.

협의체의 이름을 ‘도친개친[도룡뇽친구들·개구리친구들]’으로 정하고 시와 협상을 시작하였다. 원래 있던 족구장 자리는 연못을 만들고, 개구리논은 그대로 보존하기로 하고, 센터는 완충녹지인 지금의 자리에 짓게 되었다. 당시에는 센터를 광주광역시나 북구청에서 관리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사무실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였다. 그래서 센터 1층에는 화장실과 창고를 두고, 2층은 커뮤니티 공간을 만들었다.

2015년 한새봉농업생태공원 조성 공사가 시작되어 2016년 완공되었다. 6월 개관식을 개최하고 한새봉두레가 입주하였다. 2017년 한새봉두레 정기총회를 열고 운영체의 변화에 대해 협의하게 되었다. 한새봉농업생태공원 시민참여 조성을 위한 주민협의회를 중심으로 조성된 만큼 협의체를 중심으로 조직을 개편하게 된 것이다. 단체의 이름은 ‘한새봉두레’로 정하고 공동대표는 주민자치위원회의 이성진씨와 박필순씨가 맡았다. 이후 공동대표와 센터장을 두었다. 현재 한새봉두레의 대표는 노희상씨로, 일곡마을 터줏대감 노씨집안이다. 공동대표 2인과 센터장, 운영위원, 감사, 상근실무자 등으로 구성되어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한새봉농업생태공원 운영의 어려움]

광주광역시에서 한새봉농업생태공원을 조성하고 센터를 지었다. 이후 광주광역시는 북구청한새봉농업생태공원의 운영을 맡겼다. 하지만 센터의 운영은 구청에서 하는 것이 아니라 한새봉두레에서 한다. 이유는 센터를 무료로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란다. 한새봉 센터에 대한 구청의 지원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정수미 센터장은 남편 덕분에 개구리논 농사를 함께 짓고 개구리 교실에서 첫째 아이를 키웠다. 마을기업을 운영, 마을코디네이터로 활동하다가 광주여성재단 폭력예방교육 담당자로 3년을 근무하던 중 다시 마을로 돌아와 한새봉농업생태공원 센터장을 맡게 되었다. 센터장을 비롯해 사무실 상근 직원 2명과 비상근 직원 2명이 있다. 이 중 한 명의 인건비 지원은 지속가능한 마을협의회에서 받고 있으나, 그나마도 2021년이 끝이다. 앞으로 한새봉두레의 인건비가 걱정이다. 광주 생태문화마을 중 유지되고 있는 곳은 한새봉두레가 유일하다. 한새봉두레의 수입은 회원들이 내는 월회비와 텃밭의 임대료 등이 전부이다. 이것으로 인건비까지 감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한새봉두레의 텃밭은 생태공원 조성 당시 광주광역시에서 매입을 한 상태이다. 그러나 개구리논은 아직 사유지이다. 작년까지 임대료를 한새봉두레에서 지불하였고, 2021년부터는 북구청에서 맡기로 하였다. 특례사업이 진행되면 논을 매입할 예정이다. 그렇게 되면 개구리논 주인인 노현재 어르신의 유언인 "다른 것으로 개발하지는 말고 논으로 유지해라"는 말씀을 이을 수 있게 되니 그나마 다행인 셈이다.

[문화·교육 공동체]

한새봉두레일곡마을의 역사와 문화를 이어가고 있다. 개구리논의 공동경작은 과거 전통문화의 공동체 문화를 고스란히 담고 있으며, 원마을인 자연마을과 새로 조성된 아파트 주민 간의 교류와 소통의 공간이다. 개구리논의 봄은 다채롭다. 산도 들도 논도 밭도 꿈틀꿈틀 새 생명이 움트기 때문이다. 이에 질세라 개구리논 사람들은 농사의 시작을 알리고 풍년을 기원하는 마을의 의례인 ‘시농제’를 연다. 도시 속에서 전통의 문화를 이어가고 있다.

한새봉두레는 예술에도 일가견이 있어 광주비엔날레에 참여하였다. 2012년 시민참여 프로그램 ‘나도 비엔날레 작가’에서 대상을 수상하였다. 2016년에는 스페인의 행위예술가인 페르난도 가르시아도리와 함께 퍼포먼스를 하였다. 비엔날레 초청작가였던 페르난도 가르시아도리는 당시 백남기 어르신의 죽음에 대해 생각했고 표현할 수 있는 공간을 찾았고, 개구리논을 알게 되었다. 개발에 반대하고 자연을 지키고자 하는 생각 역시 자신과 맞닿았기에 한새봉농업생태공원을 찾아왔다. 처음에는 몇 개의 작품을 설치하려 했다가 개구리논과 그 안의 주민들의 모습을 보고 ‘도롱뇽의 비탄’ 이라는 시나리오를 쓰게 되었다. 한새봉두레와 소통하며 퍼포먼스를 만들었다. 한새봉농업생태공원 일대가 작품이 된 것이다.

개구리논에서는 논두렁 전시회와 음악회, 논두렁 영화제도 열린다. 엄마 아빠 손을 잡고 논에 나온 아이들은 전시회를 보고, 새소리를 닮은 오카리나 연주도 듣는다. 그렇게 개구리논에 어둠이 내리면 아이들과 엄마 아빠는 돗자리를 펴고 자리를 잡고 앉아 영화를 함께 본다.

일곡마을에는 해마다 ‘일곡마을 차 없는 거리 축제’가 열린다. 이때 일곡의 가장 큰 도로인 일곡사거리에는 차 없이 사람들만 활보한다. 전래놀이도 할 수 있고, 맛있는 음식도 먹고, 다양한 문화가 넘친다. 한새봉두레도 떡메치기 및 홀태 체험을 진행하고 쌀과 떡국을 나누는 등 마을 축제에 늘 함께한다.

한새봉에서는 도시 농부를 살리기 위한 장터인 한새봉개굴장이 열린다. 2018년부터 2020년까지 10회가 개최되었다. 한새봉은 소비자와 농부가 만날 수 있는 장터이다. 직접 농사지은 농작물, 직접 요리한 음식, 직접 만든 수공예품을 판매한다. 개굴장은 늘 음악회가 함께 열린다. 정인봉의 오카리나, 일곡마을 청소년 래퍼 박민규의 랩과 핑크올챙이밴드, 임시공과 최폭풍 밴드, 마을 엄마들의 우쿨렐레 공연과 기타리스트의 공연 등이 한새봉 장터에 울려퍼진다. 지역과 마을의 음악가들이 모여 공연을 펼치는 그야말로 장터와 문화가 어우러지는 난장의 무대이다.

한새봉두레는 숲의 보존과 도시농업을 통한 마을 일꾼을 발굴하고 육성, 지원하며 교류를 이어가고 있다. 봄에는 농부학교를 열고 있으며, 래미학교 청소년에게 텃논프로젝트를 진행하였다. 한새봉생태안내자 양성과정을 개설하여 일꾼을 발굴 육성하는 일을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다.

[자립적 운영체계의 필요성]

박필순씨는 한새봉두레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자립적 운영체계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2021년을 연습의 해로 삼고 수입원을 만들어가려고 해요. 코로나 시대에 사람들은 숲을 더 많이 이용할 수밖에 없잖아요. 교육청과 연계해서 프로그램을 개발해서 아이들이 이곳에서 자연과 농사를 체험할 수 있는 현장으로 만들고 싶어요. 또 개구리 교실과 같은 지속적인 교육도 하고 싶어요. 한새봉 방문자센터에는 개구리논의 역사와 가치에 대한 체계적 설명을 할 수 있는 안내자가 없어요. 그래서 안내자를 상시 배치할 필요가 있죠. 그리고 한새봉 센터 프로그램을 다양화해야겠죠. 일회성 프로그램도 있고, 지속적 프로그램도 있어야 해요. 올해 이것을 체계화하고 성과를 바탕으로 북구청에 요구할 생각이에요. 그리고 또 한 가지 에너지 전환 마을의 거점 센터공간과 실험 교육공간으로 이곳을 활용해서 한새봉을 에너지파크로 만들고 싶어요. 한새봉의 에너지 자립화를 이루고 일곡마을의 아파트와 청소년 문화의 집까지 에너지 자립화를 이어가고 싶어요”

이런 박필순씨의 포부는 현재 진행형이다. 2021년 동부교육지원청[특수교육지원센터]과 숲문화체험학습 관련해 업무협약식을 맺고, 초등특수반 아이들이 한새봉에 와서 논과 밭, 숲과 관련된 활동을 경험하기로 하였다. 한살림생협과 연계해서 초등학생 농사절기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씨감자 심기를 마쳤다. 광주교육대학교 ‘유아숲유치원양성기관 인증 및 운영’을 위한 협약을 체결하여 아이들의 숲유치원의 역할을 하고 있다. 동네 어린이집 아이들은 한새봉으로 놀러 나와 숲체험을 하고 있다. 에너지 전환 마을 사업도 진행 중에 있다.

[마을문화와 숲 지킴이]

한새봉의 원래 이름은 황소봉이다. 개구리논이 자리한 골짜기 이름은 ‘소의 소리’ 또는 ‘소의 혀’라는 뜻을 담은 소소리이다. 농경사회에서 소는 중요한 동물이다. 소와 관련된 상징을 품은 한새봉의 개구리논은 문화적인 의미가 담겨 있다. 또 한새봉은 다양한 동식물들이 서식하고 있다. 상록침엽수인 소나무와 잣나무 숲이 있고, 활엽수림과 땅식물들이 자라고 있다. 계곡에는 도롱뇽과 개구리가 살고 가끔 원앙새도 찾아온다. 두꺼비, 나비, 하늘다람쥐와 딱따구리, 고라니 등도 한새봉에 어울려 살고 있다. 한새봉은 다양한 동식물들이 서로 상생하며 숲의 생태계를 지키며 살아가고 있다는 점에서 생태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가치가 있다.

한새봉 자락의 일곡마을은 노씨와 이씨의 집성촌 마을로 대대로 농사를 지으며 살아왔다. 1990년대 마을에 개발이 진행되면서 논과 밭에는 아파트가 들어섰고, 아파트 주민이 새로 유입되었다. 원주민은 아파트 문화를 잘 모르고 아파트 주민들은 원래 일곡마을의 문화를 잘 몰랐다. 원주민들은 한새봉을 중심으로 농사를 짓고 살아왔지만 나이가 들어 더 이상 농사를 짓기 힘든 시기가 찾아왔다.

이때 한새봉 소소리골 자락에 마지막 남은 2,645㎡[800여 평]의 논을 ‘개구리논’이라 이름 붙이고 아파트의 젊은 사람들이 농사를 짓기 시작하였다. 엄마 아빠 손을 잡고 논에 온 아이들은 산과 논두렁을 놀이터 삼아 개구리처럼 뛰놀기 시작하였다. 마을 어르신들은 개구리논에 와서 김도 매고 농사 훈수도 둔다. 개구리논은 원마을의 문화와 새로운 아파트 문화의 접점이며 새로운 마을 문화를 형성하는 공간이 되었다. 개구리논에서는 해마다 봄이 되면 농사 준비가 시작된다. 텃밭을 분양하고, 설명회를 통해 함께 농사지을 마음과 몸의 준비를 한다. 모내기를 하기 위해 볍씨를 준비하고 소독을 한다. 논은 농사를 통해 식량의 소중함과 농경문화를 알 수 있게 해주며, 다양한 생물들이 살아가는 습지로서 중요한 자연임을 깨닫게 해준다.

한새봉두레는 마을의 새로운 공동체 문화의 시발점이 되었다. 개구리 교실의 공동 육아 방식을 보고 일곡마을 또래 엄마들은 품앗이 육아를 시작했고, ‘꿈꾸는 엄마들 협동조합’을 만들어 일곡의 제2의 마을기업인 에코맘카페를 열었고, 일곡품앗이 활동도 이어갔다. 나중에는 청소년 마을카페로 이어져 운영되었다. 한새봉두레를 시작으로 마을의 공동체 문화가 형성되고, 점차 퍼져나가게 된 것이다. 또한 한새봉두레와 마을주민들은 함께 하는 협의회를 구성하였고, 이제는 함께 한새봉두레를 운영하고 있다.

개구리논은 사라져가는 마을 공동체 문화를 새롭게 만들어가고 잇다. 마을의 뒷산인 한새봉을 지키고, 개구리논에서 공동경작을 하며 원마을 주민들과 소통한다. 마을의 역사도 한새봉에 대한 이야기도 한새봉두레에 의해 이어지고 있다. 텃논과 텃밭을 운영하여 도시에서의 농촌을 경험할 수 있는 도시공동체이다. 또 마을과 연계해 다양한 활동들을 펼쳐왔으며, 마을의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마을의 사안에 대한 고민과 실천을 하는 공동조직이자 놀이공동체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참고문헌]
  • 『굴이의 논이야기』(한새봉논두레, 2012)
  • 『휴먼디자人 in 일곡』(소피움인문연구소, 2020)
  • 인터뷰(한새봉농업생태공원 센터장 정수미, 여, 48세, 2021. 4. 21.)
  • 인터뷰(광주사회혁식플랫폼 소셜랩실장 박필순, 남, 48세, 2021. 4.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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