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410169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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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 婚禮 |
분야 | 생활·민속/민속 |
유형 | 의례/평생 의례와 세시 풍속 |
지역 | 충청남도 서산시 |
집필자 | 임승범 |
[정의]
충청남도 서산 지역에서 혼인과 관련하여 행해지는 일련의 의례.
[개설]
혼례는 한 남자와 여자가 결합하여 가정을 꾸밀 때 올리는 의례이다. 혼인은 남자와 여자가 부부가 되는 중요한 통과 의례로, 개인뿐만 아니라 집안과 집안의 결합을 의미한다. 서산 지역에서 행해지는 혼례 절차 속에는 부부가 평생토록 아무 탈 없이 해로하기를 염원하는 소망이 담겨 있다.
[연원 및 변천]
『주자가례(朱子家禮)』와 『사례편람(四禮便覽)』에서 규정한 혼례의 절차는 의혼(議婚)·납채(納采)·납폐(納幣)·친영(親迎) 등으로 나누어진다. 집안에 따라서는 주육례(周六禮)에 따라 납채, 문명(問名), 납길(納吉), 납징(納徵), 청기(請期), 친영 등의 6단계로 의례를 진행하는 경우도 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대부분 『주자가례』의 예법을 따랐다.
그러나 근래에 서산 지역에서는 이처럼 전통적 방식으로 혼례를 치르는 경우는 드물다. 대개 예식장이나 교회, 사찰[절] 등 집안 형편에 따라 현대식으로 행하고 있다. 다음은 서산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들을 대상으로 인터뷰한 내용을 바탕으로 구성한 서산 지역의 혼례 절차이다.
[절차]
1. 의혼
서산 지역에서는 과거 여자가 20세가 넘으면 노처녀로 여겼다. 남자도 25살 전후로는 장가를 가야 한다고 보았다. 서산의 통혼권은 주로 태안, 당진, 예산 등이었으며 충청남도 지역을 벗어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혼인 성사를 위해서는 중매자의 역할이 컸다. 이들을 중신애비 혹은 중신할매라고 불렀다. 중매자를 통해 혼담을 주고받으며 양가의 조건을 살핀다. 집안 내력과 경제력 등을 유념해서 본다.
2. 납채·연길(涓吉)·납폐
납채는 혼사가 결정되면 신랑 쪽에서 신부 집으로 신랑의 사성(四星)[사주단자]을 보내는 절차이다. 사주는 신랑의 생년월일시를 적은 서신으로 신랑의 아버지가 쓴다. 하지만 사성은 형식적인 것이고 혼담이 오가면서 신랑·신부의 생년월일시를 미리 받아서 본다. 혼인 의사가 없으면 신부 집에서는 사성을 미리 거절해야 한다. 사성을 받으면 혼인이 성립된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연길은 혼인 날짜를 정하는 과정인데, 택일은 대체로 남자 집에서 했다. 여자 집의 의향을 물어 택일한 후 연길을 보낸다.
납폐는 혼인할 날짜가 정해지면 신랑 집에서 신부 집으로 채단과 혼서지가 들어 있는 함을 보내는 것을 말한다. 함은 함진아비가 지고 간다. 함에는 채단과 혼서지 외에 실·고추·목화·팥·청실홍실 등을 함께 넣기도 한다.
3. 혼례식(婚禮式)
혼례 날 신랑은 신부 집으로 향한다. 이를 초행(初行)이라 한다. 초행길에는 신랑의 큰아버지나 아버지, 삼촌, 신랑의 친구들이 따른다. 이를 후행(後行)이라 한다.
신부 동네에 도착한 신랑 일행은 초례청에 들기 전에 신부 집에서 안내한 방에 들어가서 여독을 풀고 혼례 시간에 맞추어 옷을 갈아입는다. 신부는 자신이 거처하던 방에서 초례 치를 준비를 한다.
초례를 치르는 시간이 되면 신랑이 전안청에 가서 절을 한다. 이때 신부 측이 상 위의 목안(木雁)[나무오리]을 가져간다.
초례청은 신부 집 안마당이나 대청에 차려진다. 초례상에는 밤, 대추, 사과 등을 놓고, 상 양쪽에 사철나무나 대나무를 꽂고 청실홍실을 걸쳐 놓는다. 또한 양 옆에 살아 있는 닭을 잡고 섰다가 식이 끝난 후에 지붕으로 날려 보낸다.
이윽고 신부가 하님의 부축을 받으며 초례청에 나오고, 신랑도 전안례를 끝낸 후 초례상 앞에 선다. 신랑과 신부가 서로 예를 갖추어 절을 하고[교배례], 서로 잔을 나눈다[합근례].
초례가 끝나면 신부는 자신이 거처하던 방으로 들어간다. 신랑은 잔치 음식을 먹으며 하객들과 인사하고 어울려 논다. 저녁이 되면 신랑이 먼저 신방으로 들어가며, 신부가 그 후에 들어간다. 신랑·신부가 신방에 들어가면 사람들이 신방을 엿본다.
4. 재행(再行)·신행(新行)·현구고례(見舅姑禮)·근친(覲親)
재행은 신랑이 초야를 치른 후 본가로 돌아갔다가 이레 후 쯤 길일을 택하여 다시 처가에 오는 것을 말한다. 서산 지역에서는 신랑이 재행을 왔을 때 신부 집 동네 청년들이 신랑을 거꾸로 매달고 발바닥을 때리며 장난을 치는 동상례(東床禮)를 행한다.
신행은 재행 온 신랑과 함께 신부가 시가로 가는 것을 의미한다. 간혹 신랑만 돌아가고 신부는 ‘해묵이’라 해서 짧게는 석 달, 길게는 1년을 친정집에서 살다가 신행을 가기도 한다.
현구고례는 시댁에 도착한 신부가 시부모님과 시댁 식구들에게 인사를 드리는 절차이다. 이날 친정에서 마련해 온 음식으로 폐백상을 차리고 폐백을 드린다.
근친은 시집온 새색시가 처음으로 친정에 가는 것을 말한다. 근친은 바로 갈 수도 있지만 아이를 낳고 몇 년 후에 가기도 한다.
[현황]
현재 서산 지역에서 행해지는 결혼식은 전통적인 혼례 방식이 아닌 예식장 또는 교회, 성당 등에서 현대식으로 치러진다. 그러므로 가정에서 치러야 할 예식의 절차는 대부분 소멸되었다. 1990년대까지는 신부 집에 함이 들어가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으나 이제 그나마도 찾아보기 힘들다. 손님을 접대하는 장소도 집보다는 예식장의 식당으로 대신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