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

고려 후기 순천 송광사에서 국사를 지낸 승려.

[활동 사항]

만항(萬恒)[1249~1319]은 송광사 16국사 중 제10대 국사이다. 웅진군[현 충청남도 공주시]에서 태어났으며, 아버지는 진사 박경승(朴景升)이고 어머니는 정씨(鄭氏)이다. 만항은 14세 때인 1262년(원종 3) 원오국사(圓悟國師) 천영(天英)[1215~1286]에게 출가하여 수학하였고, 훗날 선종의 구산선(九山選)에 응시하여 장원급제하였다. 금강산과 지리산에 들어가 안거하며 정진하니, 만항의 이름이 퍼져 고려 왕실에서도 알게 되었다. 충렬왕이 삼장사(三藏社)에 머무를 것을 명했고 스승인 원오국사의 권유도 있어 삼장사에 주석[선종(禪宗)에서 승려가 입산안주(入山安住)하는 일]하였다. 이후 낭월사(朗月社), 운흥사(雲興社), 선원사(禪源社) 등에서 경전을 가르쳤는데 늘 학인이 넘쳐 제자가 7백 명에 이르고 사대부로서 제자가 된 이도 많았다. 또한, 중국의 몽산화상(蒙山和尙)과 교유하여 고담(古潭)이라는 호를 받았다. 1313년(충선왕 5) 12월 11일 충선왕이 궁에서 이틀 동안 2천 명의 승려들에게 공양을 올리고 선교의 고승을 뽑아 강론하게 하였는데, 만항이 거침없이 강론하자 국왕이 기뻐하며 ‘별전종주 중속조등 묘명존자(別傳宗主重續祖燈妙明尊者)’라는 법호를 내리고 가사·웃옷·하의·모자·버선·은전 등을 하사하였다. 만항은 1319년(충숙왕 6) 7월 삼장사에 주석할 때 병환을 보이다가 1319년 8월 18일 목욕재계하고 법고(法鼓)[불교의식에 사용되는 북]를 울려 제자를 모은 뒤 좌선하여 게송(揭頌)[불교계에서 불교적 교리를 담은 한시의 형태]을 읊고 입적하였다. 세수 71세, 법랍 58세였다.

[상훈과 추모]

만항은 국사로 추증되었고 시호는 혜감(慧鑑)이고 탑호는 광조(廣照)이다. 만항의 비문에 “조계산을 맡다[曹溪其任].”는 글이 있고, 또 『고려사(高麗史)』 충선왕 5년 12월 조에 “송광사 승려 만항을 모임에 오도록 불렀는데, 돌아갈 때는 상왕이 타는 초요자를 하사하여 태워 보냈다[召松廣寺僧萬恒赴會及還賜所御軺輡子遣之].”라는 내용이 있는 것으로 볼 때 담당국사(湛堂國師)를 이어 수선사 제10세 법주(法主)[부처님 또는 불법(佛法)을 설하는 사람]가 되었음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