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현 마을 안으로 좁은 길을 따라 산 쪽으로 올라가면 집들이 끝나는 지점 조금 너른 터에 오래된 당나무가 서 있는 서낭당이 있다.

일반적으로 서낭당은 토지와 마을을 수호하는 서낭신이 자리 잡은 공간이다. 주로 마을의 입구나 고개 마루에 자리 잡으며, 돌무더기와 신목, 당집 등이 단독으로 또는 복합적인 형태로 서낭당을 이루고 있는데, 종현 마을의 경우 마을의 입구가 아니라 마을의 위쪽에 자리하고 있는 것이 조금 특이해 보인다. 그러나 마을의 가운데로 큰길이 났기 때문에 구석에 있는 것처럼 보일 뿐, 마을 앞 큰길이 나기 전에는 당나무 앞으로 난 길을 통해 마을 밖으로 나갔다고 한다.

종현 마을에서 서낭당은 외부에서 들어오는 액과 질병·재해·호환 등을 막아주고, 한 해의 풍년과 풍어를 기원하는 장소이자 신앙의 대상이었다. 또한 마을에 큰 일이 있을 때는 무당을 불러 서낭굿을 벌이고, 개인적으로는 가족의 건강과 평안을 위해 헝겊이나 짚신 조각을 걸어 두기도 했다고 한다.

홍성웅 씨는 어린 시절 당나무를 지날 때마다 서낭굿을 벌인 후 당나무에 걸어 놓은 오색의 헝겊이 무서워 괜히 걸음을 빨리 하거나 숨을 참고 뛰어가기도 했다고 전한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마을 사람들은 서낭당을 지날 때 도로에 배회하는 악령의 피해를 줄이고자 돌을 주워 돌무더기에 던지거나 침을 뱉기도 했다고. 또 정초에는 부녀자들이 간단한 제물을 차리고 가정의 무병무사를 빌기도 했단다.

종현 마을 서낭당에는 당나무가 여럿 함께 모여 있는데, 수령이 수백 년 된 참나무와 세 그루의 소나무이다. 홍성웅 씨의 기억으로, 30년 전에 참나무와 함께 소나무가 여섯 그루 있었는데 세 그루만 남기고 나머지는 마을 사람들이 베어 버렸다고 한다. 당나무 앞에는 커다란 당마당이 있어서 당제를 지내는 장소로 사용되었는데, 홍성웅 씨가 어렸을 때에는 또래 동무들과 여러 가지 놀이를 하는 놀이터이기도 했다 한다.

그러나 마을에 교회가 들어오고 마을 사람들이 새로운 종교를 갖게 되면서 약 30년 전부터 당고사를 지내지 않고 있단다. 홍성웅씨가 마지막으로 당고사를 본 것은 1970년대 후반으로, 당시에도 마을 사람이 모두 참여하는 대동고사는 아니었고 한 집에서만 지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지금은 마을에서 서낭당으로 올라오는 길도 거의 끊어져 지나는 사람도 없고, 홍성웅씨가 어린 시절 친구들과 뛰놀던 당마당은 포도밭으로 변하여 대부분의 마을 사람들 기억에는 잊혀진 장소가 되어 버린 듯했다. 하지만 홍성웅 씨는, 겉으로 표현을 하지 않을 뿐 마을 어른들은 아직도 마음속으로는 여전히 당나무를 보면서 축원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을 거라고 하였다. 비록 서낭당에 모여서 소원을 비는 모습은 사라졌지만 마을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아직도 신앙의 대상으로 서낭당과 당나무가 존재할 거라고…….

[정보제공]

• •  홍성웅(남, 1941년생, 대부북동 거주, 전 대부면 부면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