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61500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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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공식명칭 | Market Vendors Starting Work at Dawn |
분야 | 정치·경제·사회/경제·산업 |
유형 | 개념 용어/개념 용어(기획) |
지역 | 경기도 구리시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최현숙 |
[정의]
경기도 구리시 인창동에 있는 경기도 북부 지역 최대의 도매 시장인 구리 농수산물 도매 시장의 풍경.
[개설]
구리 농수산물 도매 시장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인다. 농수산물 생산자와 도매 상인, 이들을 연결하는 중개사, 그리고 도매상으로부터 물건을 구입해 소비자들에게 판매하는 소매 상인이 그들이다. 또한 시장의 관리와 운영을 맡고 있는 구리 농수산물 공사 직원도 있고, 일반 시민도 적잖이 찾는다. 숫자로 보면 상인 약 4,600명을 포함해 구리 농수산물 도매 시장에서 일하는 사람은 무려 20,000명에 달한다. 새벽, 오전, 오후, 그리고 밤까지 다양한 직업군의 사람들이 24시간 운영되는 시장에서 부지런하면서도 묵묵히 각자의 일을 하고 있는 생생한 현장에서 특히 새벽을 여는 사람들을 살펴본다.
[새벽의 싱싱함으로 깨어있는 시장]
새벽 2시 무렵, 경기도 구리시 인창동 아파트 단지는 깊은 잠에 빠져 있다. 아파트 주변 가로등이 길을 비추며 담담하게 서 있을 뿐 인적은 고사하고 지나는 자동차들도 없는 조용한 시각, 유난히 환하게 불이 꺼지지 않은 채 깨어 있는 생기 넘치는 현장이 있다. 그곳은 바로 구리 농수산물 도매 시장이다. 1997년 개장하여, 가락동 농수산물 도매 시장에 이어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큰 구리 농수산물 도매 시장의 위용은 깊은 밤 수많은 불빛만큼 환하고 밝았다. 전국 방방곡곡에서 재배된 과일과 야채, 바다에서 건져지는 활어 생선 등을 실은 차량들이 끊임없이 시장 안으로 들어섰다. 모두가 잠든 캄캄한 이 시각 넓은 시장 안에서는 무슨 일들이 일어나고 있을까? 시장 안에는 많은 시장 사람들[중소 도매상]이 원하는 상품을 구매하기 위해서 시간대 별로 경매 참여를 위해 대기하고 있으며, 경매장에서는 이미 들여온 상품들의 경매가 진행되고 있다. 경매는 저녁 7시부터 시작하여 새벽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막 들어오는 상품들은 경매를 하기 위해 빠르게 내려지고 있으며, 이미 경매가 끝난 품목들은 각 점포로 배송될 준비를 하고 있다. 이 모든 과정이 나름의 질서를 가지고 조용하지만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낙찰 받은 상품이 각 점포로 배송되면 구리 농수산물 도매 시장의 중소 도매 상인들은 배송받은 상품을 진열하기에 바쁘다. 새벽 5시가 되면 각지의 소매상들이 물건을 보고 사러 오기 때문에 준비 시간이 넉넉하지는 않다. 각처에서 오는 소매상들은 낮에는 가게를 운영하고 장사를 해야 하기 때문에 새벽 시간을 이용해 상품을 구매하러 이곳 구리 농수산물 도매 시장을 찾는다. 밤을 새워 일하는 많은 시장 사람들의 출출함을 달래기 위해 24시간 문을 여는 식당이 있고, 커피와 음료를 파는 매점도 밤새 따뜻한 불빛을 밝히고 있다.
경기도 구리시에 거주하는, 아니 시장 근처 아파트 단지에 사는 시민들조차 이곳에서 밤새 뿜어대는 열기를 제대로 알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곳은 왜 이렇게 24시간 밤낮없이 바쁘게 돌아가는 걸까? 가장 중요한 이유는 싱싱한 상품을 유통하기 위해서이다. 산지에서 직접 배송되는 야채, 과일, 생선 등은 신선도가 매우 중요하다. 자칫 어물쩍거리다가 야채는 시들고 활어 생선은 죽지 않겠는가? 또 한 가지 현실적인 이유는 공간에 비해 취급 물량이 많기 때문이다. 개장 당시만 해도 구리 농수산물 도매 시장은 최신식 시설이었고 공간의 여유도 있었다. 하지만 개장한 지 20년이 지난 지금은 시장의 규모가 커지고 취급 물량이 늘어남에 따라 상대적으로 공간이 협소하게 되었다. 계속해서 들어오는 물량을 빠른 시간에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밤낮없이 업무가 계속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어제도 오늘도 구리 농수산물 도매 시장의 불빛은 꺼질 새가 없다.
[구리 농수산물 도매 시장의 탄생]
구리 농수산물 도매 시장 건립 계획은 1990년대 들어서면서 계속 논의되어 왔다. 서울특별시의 동북권 5개구[도봉구, 노원구, 성북구, 동대문구, 중랑구]의 300만 시민과 경기도 북부권 시민이 이용할 수 있는 농수산물 도매 시장을 건립함에 있어 서울특별시의 동북권과 가까운 구리시가 거론되었고, 상업 도시를 도모하던 구리시가 이에 동의함으로써 계획이 현실화됐다. 시장의 기공에 들어간 것은 1994년 6월이었다. 최근까지 구리 시내 인근 지역의 많은 상가들이 조성된 것을 보면 알 수 있듯이 구리 농수산물 도매 시장 건립은 구리시의 중심 사업으로 추진되었다. 1994년 6월에 시장 개설 준비 사업단이 발족하여 6월 28일 경기도 구리시 인창동 현장에서 당시 이영덕 국무총리, 최인기 농림부 장관, 서울 시장, 구리 시장 등 관계 인사 36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기공식을 개최하였다.
그러나 구리 농수산물 도매 시장 개발 사업은 그 추진 과정에서 예산 문제로 갈등이 노출되기도 하였다. 결국 경기도와 구리시는 도로망 사업 예산을 부담하는 대신 시장의 지분을 갖게 되었다. 당시 서울특별시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지방 자치 단체가 재정이 빈약하였고, 도시화에 접어든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구리시 또한 서울특별시의 위성 도시로서 어떤 역할을 할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따라서 건립 과정에서 보이던 갈등과 대립은 어찌 보면 당연한 현상이었을 것이다. 이런 어려운 과정을 겪으면서도 건립은 진행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1997년 6월 지하 1층 지상 3층의 주 건물동 12개 동의 현대식 시설을 갖춘 도매 시장으로서 역사적인 개장을 하게 되었다.
[시장 사람들 - 중소 도매인으로 산다는 것]
구리 농수산물 도매 시장에서 터를 잡고 살아온 시장 사람들은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 구리 농수산물 도매 시장에서 점포를 운영하는 사람들을 ‘중소 도매인’이라 부른다. 산지에서 출하된 식재료들을 슈퍼나 시장, 가게로 내보내기 위한 유통 단계가 필요한데, 이런 중간 단계의 판매를 하는 도매업자이기 때문이다. 구리 농수산물 도매 시장의 중소 도매인들의 출근 시간은 일반 직장인들과 완전히 낮밤이 바뀐 저녁 7시부터이다. 회사처럼 출근시간이 딱 정해진 것은 아니고 대략 7시부터 경매가 시작되기 때문에 자신이 담당하는 품목의 경매를 하는 시간이 곧 출근 시간인 것이다. 20년째 이곳에서 영업한 안금영의 출근 시간은 늦은 밤 10시이다. 안금영의 주 판매 품목인 구근류의 경매가 10시에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10시에 출근해서 경매에 참여하고 낙찰받은 물품을 점포에 진열한다. 그 시간에도 경매장에서는 10시 반에 감자와 고구마, 11시 양파·무·배추, 11시 반 오이·호박·고추 등 1시까지 경매는 순서대로 진행되고 있다. 과일은 새벽 2시까지도 경매가 이루어진다. 수산동도 새벽까지 경매가 열린다. 1시 이후부터는 경매된 물품이 각 점포로 배송된다. 각 점포에서는 이것을 진열하고 새벽 3시부터 아침 8시까지 판매를 한다. 새벽 5시부터 8시까지가 가장 바쁜 시간이다. 캄캄했던 주변이 새로운 햇빛으로 밝아질 무렵이면 바쁜 시간도 마감이 되고, 이렇게 판매를 한 후 아침 9시가 되어야 비로소 한숨을 돌린다. 그렇다고 일이 끝난 건 아니다. 팔고 난 잔품을 소매로 조금 팔고 정리하고 나면 낮 12시가 다 된다. 낮 12시가 넘어야 퇴근 준비를 한다. 밤낮이 완전히 바뀐 근무 체계이고, 근무 시간도 보통 12시간에서 16시간이나 된다.
이렇듯 열악한 환경과 조건에도 불구하고 구리 농수산물 도매 시장을 떠나지 않고 남아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시장 주변에 아무것도 없던 20년 전, 논밭 한가운데에 들어선 황량한 도매 시장으로 들어와 억척스럽게 살아온 이유는 물론 먹고 살기 위해서였다. 자식을 먹여 살리고 가족들을 부양해야 하는 일이 고생을 이겨낼 수 있었던 가장 큰 힘이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중요한 이유가 있었다. 이곳에서 희망을 보았기 때문이다. 다른 곳에서 유통업을 하던 안금영도 최신식 도매 시장이 새로 들어선다는 이야기에 구리 농수산물 도매 시장을 희망의 터전으로 삼아 일부러 옮겨온 경우이다. 개장 당시 들어온 대부분의 중소 도매인들은 안금영처럼 다른 유통업에서 일하던 경력자들이 많았다.
그러나 부푼 희망에 걸 맞는 어려움도 숱하게 많았다. 뭐든 시작이란 곧 개척이고 그만큼의 시행 착오가 있기 마련이다. 기대에 부풀어 구리 농수산물 도매 시장에 입성하긴 했지만 지금과는 달리 주변이 아무것도 없었고, 생각과 달리 홍보도 부족한 시절이었다. 게다가 경기(景氣)도 안 좋았고 소매상으로부터 외상을 떼이는 경우도 허다했다. 안금영처럼 개장 초기에 시작해 그 과정을 겪고 현재까지 영업을 하는 중소 도매인은 대략 30% 정도라고 한다. 그런 시절을 이겨내고 지금은 성장기로 접어들었다. "구리 도매 시장의 성장이 곧 나의 성장이었다."라고 안금영은 말한다. 논밭 한가운데, 주변이 바람뿐이던 그 시절부터 시작해 지금은 명실공히 우리나라 대표 도매 시장으로 발전한 구리 농수산물 도매 시장, 바로 이곳에 터전을 잡고 인증을 받은 어엿한 중소 도매인으로 성장해 온 이들의 고생이 없었다면 현재의 구리 농수산물 도매 시장도 없었을 것이다. 보통 사람이 일 년에 한 번 볼까 말까 하는 떠오르는 태양을 매일 아침마다 보는 이 사람들은 얼마나 역동적이며 선명한 하루를 사는 걸까? 구리 농수산물 도매 시장의 새벽 불빛만큼 그들의 삶은 밝고 뜨겁다.
[보이지 않는 활력-경매 현장]
깊은 밤에도 구리 농수산물 도매 시장에 들어서면 큰 숨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경매 현장은 도매 시장의 꽃이자 구리 농수산물 도매 시장에서 가장 활력이 넘치는 곳이다. 경매사나 경매에 참여하는 중소 도매인들이 가장 설레고 긴장하는 시간은 경매장에서 경매에 참여하는 시간이라고 한다. 이곳에서 결정되는 그날그날의 가격은 소매상과 소비자 전체의 물가를 좌지우지하는 중요한 순간이기도 하다. 경매 현장이라는 곳이 누구나 쉽게 볼 수 있는 광경은 아니다. 가끔 텔레비전에서 그 장면이 나오기도 하는데 많은 사람들이 생선이나 과일 등을 사이에 두고 빙 둘러 모여서서 알 수 없는 빠른 손짓과 말로 계속 중얼거리다가 어느새 판이 끝나 돌아서는 모습은 참으로 낯설고 희한스럽게만 느껴졌다.
구리 농수산물 도매 시장에는 다목적 경매관이 있다. 시장 전체의 크기도 상당하지만 이곳 경매장에서 매일 거래되는 거래량도 어마어마하다. 전국 각지에서 온 수많은 농산물과 수산물 품목들이 거래되기 위해서는 남들처럼 낮에만 일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오전 9시와 10시, 저녁 7시와 8시는 물론이고, 밤 12시 자정에도 경매가 진행돼 새벽 한두 시까지 끊임없이 이어진다. 그렇다고 수많은 식자재들의 경매를 한꺼번에 할 수도 없다. 왜냐하면 여러 품목의 경매에 중소 도매인들이 동시에 참여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몸은 하나인데 어찌 여러 곳의 경매를 참여할 수 있을까? 전국에서 올라오는 수많은 청과 및 야채와 수산물 등이 규칙 속에서 일정하게 움직여야만 하는 이유이다.
경매사를 중심으로 경매가 진행되는 건 예전과 달라진 게 없지만 손으로 서로 신호를 보내는 수신호 방식은 사라졌다. 대신 작은 리모컨을 하나씩 들고 버튼을 누르면 경매사가 모니터를 보고 낙찰 여부를 결정한다. 모든 상황은 경매장에 있는 커다란 스크린에 공개된다. 경매사들은 예전의 수신호 방식에 비해 경매 과정이 투명해진 것은 장점이지만 속도는 예전 방식이 더 빠르다고 한다. 경매장에 있으면 계속 듣게 되는 경매사의 웅얼거림은 도대체 무슨 말일까? 알고 보니 그건 바로 흥을 돋으기 위한 경매사만의 리듬이란다. 물론 중간중간 입찰 붙인 품목의 원산지나 품목명 소개도 들어간다. 그렇게 알고 들으니 단순히 웅얼거림이 아닌 노랫소리 같기도 하고 구리 농수산물 도매 시장의 힘찬 숨소리 같기도 하다.
[내일도 꺼지지 않는 구리의 불빛]
24시간 쉼없이 돌아가는 구리 농수산물 도매 시장의 하루하루가 모여 어느새 20년이 되었다. 그동안 꾸준히 성장한 덕분에 현재는 가락동 농수산물 도매 시장에 이어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 큰 도매시장으로 자리매김하였다. 그만큼 거래되는 물량도 늘어나고 근무자도 많아졌으며 시장을 찾는 사람들의 발걸음도 늘어가고 있다. 그러나 현재 시장의 시설은 연륜과 세월이 주는 명성에 비해 조금씩 낡아 가고 좁아지고 있다. 또한 구리 농수산물 도매 시장을 찾는 시민들과 상인들은 좀 더 쾌적하고 편리한 시장을 만나고 싶어 한다.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 도매 시장은 가족몰이라는 현대적 쇼핑 공간을 만들어 서울 시민들이 쾌적한 시장을 찾을 수 있도록 운영하고 있다. 구리 농수산물 도매 시장도 이제는 시민들에게 보이지 않았던 활력을 좀 자랑하고 보여주면 좋지 않을까? 싱싱한 제철 농수산물을 언제든 만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도매 시장의 질서를 깨지 않는 선에서 소매 시장도 활성화시키고, 더욱 쾌적한 공간에서 쏟아지는 제철 농산물과 살아 펄펄 뛰는 다양한 활어들을 구경하면서 도매 시장만의 매력을 보고 느낄 수 있다면 구리 농수산물 도매 시장은 앞으로 시장의 기능뿐 아니라 구리시를 대표하는 명소로서도 우뚝 설 수 있을 것이다. 다행히 구리 농수산물 도매 시장은 낙후한 시설을 현대화하기 위한 계획 단계에 있다고 한다. 하루라도 빨리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길 모두가 바라고 있다. 이곳에서 장사하시는 중소 도매인이 ‘행복한 시장’, 소매 상인들과 시민들에게는 좋은 상품을 저렴히 살 수 있는 ‘싱싱한 시장’의 역할을 다할 수 있다면 구리 농수산물 도매 시장은 구리시의 가장 큰 희망의 불빛이 되어 24시간 꺼지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