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580046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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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야 | 지리/동식물 |
유형 | 개념 용어/개념 용어(일반) |
지역 | 전라북도 진안군 |
집필자 | 이상훈 |
[정의]
전라북도 진안 지역의 각 마을에 있는 숲.
[개설]
마을 숲이란 마을의 역사·문화·신앙 등을 바탕으로 마을 사람들의 생활과 직접적인 관련을 가지고 조성·보호·유지되는 숲을 말한다. 자생하여 이루어진 산림이나 목재를 이용할 목적으로 조성한 일반적인 숲과는 구별된다.
[마을 숲의 노거수(老巨樹)]
시골의 마을 앞에는 노거수가 있는 경우가 많고, 수종도 다양하여 느티나무·은행나무·버드나무·소나무·개서어나무·상수리나무·팽나무·이팝나무·향나무·감나무·호도나무 등이 있다. 마을의 노거수는 그 마을의 사람들이 마을을 형성하여 살아가는 모습을 지켜본 증인으로서, 나무의 수령을 헤아려 보면 마을의 역사를 가늠할 수 있다. 그리고 노거수가 마을 주변에서 숲을 이루는 경우 이러한 숲을 ‘마을 숲’이라고 부른다. 마을 숲은 인위적으로 조성되어 일정한 기능을 갖는 것이 특징이다.
[마을 숲의 의미]
마을 숲의 문화적 의미는 다양하다. 민속적으로는 마을 사람들의 신앙의 대상이고, 풍수지리적으로는 좋은 땅을 조성하는 구조물이며, 심미적으로는 풍치의 장소이다. 또한 휴식·집회·놀이·운동 등 여러 가지 활동의 터전이고, 바람과 홍수 등을 막아 마을을 보호하는 구조물이며, 마을의 영역을 결정하는 상징적 장소로서의 역할도 하는 문화 통합적 시설이다.
[마을 숲의 형성과 개념]
마을 숲의 형성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설명이 있다.
“몇몇 사람들이 떠돌다가 한 지역에 정착하게 되었다. 처음에 마을 입구가 허(虛)하여 방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지만 몇 명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으므로 마음뿐이었고, 그렇다고 자리 잡은 터를 떠나 다른 곳으로 가지도 않았다. 시간이 흘러 많은 사람이 모여 살게 되었는데 어느 날 마을에 큰 화재가 나서 마을이 완전히 황폐해졌다. 화재 이후 마을 사람들이 의논한 끝에 화재의 원인이 마을 입구로 부는 세찬 바람이었음이 밝혀졌다. 이후 마을 사람들은 빨리 자라고 튼튼하여 바람을 막아낼 수 있는 나무를 심기로 결정했다. 적게 심어도 효과가 충분한 자리를 선택해 심다 보니 수구(水口)가 좁은 곳에 심게 되었다. 마을 사람들이 나무들의 보호를 게을리 하지 않자 이후 화재가 줄고 별 걱정 없이 살게 되었다. 그런데 누군가가 마을 숲을 훼손하는 일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마을 규칙을 만들어 감시했지만 훼손하는 일이 줄어들지 않았다. 결국 해결책으로서 마을 숲을 공동의 소유로 삼고 여기에 신앙성과 신성성을 부여했다. 마을 숲의 나무를 베면 죽거나 다친다는 신성성과 여기에서 제사를 지내야 마을이 평안해진다는 믿음이 부가된 것이다. 이후 마을 숲은 오랫동안 보존될 수 있었다.”
이러한 내용을 감안하면 마을 숲은 마을 사람들의 인식과 관련지어야 한다. 마을 숲의 개념 중 중요한 점은 1차적으로 마을 사람들에 의하여 인위적으로 조성되었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숲의 변화 과정은 마을 사람들과 긴밀한 관련을 맺을 수밖에 없다. 또한 마을 숲의 개념 중 중요한 점은 비록 한 그루의 나무라 하더라도 마을 사람들이 마을 숲으로 생각한다면 그것을 마을 숲으로 보아야 한다. 이는 마을 숲에는 현실적인 기능뿐만 아니라 신앙성과 신성성도 내재해 있기 때문이다.
[진안 지역 마을 숲의 분포]
진안 지역은 전통 공간이 잘 보존된 지방으로, 2002년 현재 80여 개의 마을 숲이 남아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는데 이는 다른 지역에 비하여 많은 편이다. 현재 읍·면별로 남아 있는 마을 숲의 편차와 규모가 커서 진안읍이 20여 개로 가장 많이 보전되어 있는데 이는 마이산과 관련하여 마을의 비보(裨補) 숲이 많이 조성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다음으로 정천면·성수면·마령면·동향면·부귀면·백운면 등 남부 지역에 많이 남아 있고, 주천면·안천면·용담면 등 북부 지역은 비교적 적게 남아 있다.
[진안 지역 마을 숲의 기능]
1. 상징적 기능
『택리지』에서는 마을 숲의 풍수적 수구막이 역할을 다음과 같이 기록하였다.
“무릇 수구(水口)가 엉성하고 넓기만 한 곳은 비록 좋은 밭 만 이랑과 넓은 집 천 간(間)이 있어도 다음 세대까지 내려가지 못하고 저절로 흩어져 없어진다. 그러므로 집터를 잡으려면 반드시 수구가 꼭 닫히고 그 안에 들이 펼쳐진 곳을 구해야 한다. 산중에서는 수구가 닫힌 곳을 쉽게 구할 수 있지만 들판에서는 수구가 굳게 닫힌 곳을 찾기 어려우니 반드시 거슬러 흘러드는 물이 있어야 한다. 높은 산이나 그늘진 언덕이나 역으로 흘러드는 물이 힘 있게 판국(版局)을 가로막으면 좋은 곳이다. 이런 곳이라야 온전하게 오랜 세대를 이어 나갈 수 있다.”
이에 따르면 좋은 땅은 수구가 닫힌 곳이거나 수구막이를 해야 한다. 수구를 막아야 할 경우 마을 숲이 가장 현실인 방책이다. 대부분의 마을 숲이 처음에는 풍수적으로 마을의 허(虛)함을 채우기 위해서였고, 나아가 돌탑·선돌 등 민속 신앙도 마을 숲과 결합하여 마을 사람들이 참여하는 동제(洞祭)로 계승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하여 마을 숲과 관련된 민속신앙의 예는 다음과 같다.
첫째, 대부분의 지역에서 나무를 보고 풍흉을 점친다. 잎이 일시에 피면 풍년이 들고 부분적으로 피면 모내기가 늦어져 흉년이 든다고 한다. 둘째, 큰 일이 발생 할 것을 예견한다. 1910년 8월 29일 경술국치에 성수면 상염북 충목정의 나무가 북쪽으로 굉음을 내며 쓰러졌다고 한다. 셋째, 마을 숲을 훼손하면 큰 재앙을 입는다고 한다. 넷째, 마을 숲은 풍수지리적으로 마을의 재앙을 막는다고 한다. 다섯째, 마을 숲은 마을의 평안이나 가정의 행복 같은 기원의 대상이 된다.
2. 실제적 기능
마을 숲의 실제 기능은 더욱 크다. 대부분의 마을 숲은 방풍림의 기능을 가지며, 대규모의 마을 숲은 외부로부터 마을을 차단하여 정서적 안정감을 갖게 한다. 또한 홍수를 막기 위하여 하천 유역에 조성하기도 한다.
3. 기능의 변천
진안 지역의 마을 숲은 규모가 축소되거나 용담댐의 건설로 없어진 경우도 있다. 근래에 마을 숲에서 제사는 거의 행해지지 않으며 주로 휴식·운동·야영·농사 등의 공간으로 활용된다. 특히 표고 재배가 성행하는데, 이는 숲의 다른 이용을 막고 하층 식생의 생장을 저해하는 요인이다. 농사용 자재를 쌓아두거나 심지어 쓰레기장으로 이용하는 경우도 있으며 최근에는 대규모 주택 단지로 개발되는 경우도 많으므로 본래의 의미를 살릴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
[진안 지역 마을 숲의 소유]
마을 숲은 대부분 마을의 공동 소유로서 마을 숲의 땅이나 나무를 팔려면 마을 사람들의 동의를 구해야 했으므로 오랫동안 보전될 수 있었다. 개인이 사적으로 마을 숲의 나무를 매각하려다 인심을 잃어 마을을 떠나는 일도 있었다. 다만 현재 진안 지역 마을 숲 중 일부는 그 소유권이 군(郡)으로 이전되었다.
[진안 지역 마을 숲의 수종]
마을 숲의 수종은 느티나무·개서어나무·팽나무·소나무·상수리나무·왕버들나무 등 매우 다양하고 활엽수의 비율이 월등히 높다. 침엽수로 구성된 마을 숲은 5곳이었지만 이 중 오동숲과 금당숲이 용담댐의 건설로 수몰되어 침엽수림은 사라지는 형편이다. 마을 숲에서 가장 널리 분포하는 것은 느티나무이다. 느티나무는 뿌리의 퍼짐이 좋고 오래 사는 나무 중 하나이다. 흔히 괴목나무로도 불리는데 괴(槐)는 목(木)자와 귀(鬼)자가 합쳐진 글자로 나무와 귀신이 함께 있는 상태 또는 그러한 사물을 뜻한다. ‘괴’라는 명칭의 나무는 토착 신앙과 관계가 있는 경우가 많다.
[진안 지역 마을 숲의 사례]
대야 마을의 하천 건너편에 학선대라는 바위가 있다. 이 바위가 마을에 비치면 마을이 좋지 않다고 하여, 근처의 방앗간 옆에 수구막이로서 큰 정자나무를 심었고 현재에도 당산제를 지내고 있다.
암곡 마을 입구에는 마을이 잘 살기 위해 수구막이로 형성한 숲이 있다. 마을 사람들에 따르면 20여 년 전에 숲을 조성한 후 암곡 마을이 부촌이 되었다고 한다.
궁동 마을 뒷산에 바위가 있는데 그 기운을 막기 위해서 소나무를 심었으며 6·25 전쟁 시기에 나무를 베었다가 마을에 좋지 않은 일이 발생했다고 한다. 또한 궁동 마을에는 커다란 느티나무가 있는데, 본래 3그루였지만 하나로 합쳐졌다고 한다. 이 느티나무에 잎이 일시에 피면 풍년이 들고, 부분적으로 피면 흉년이 든다는 전설이 있다. 현재 궁동 마을의 느티나무는 잘 보존되고 있다.
상향 마을 숲은 느티나무로 구성되어 있다. 마을의 수구막이 역할을 하며 예전에는 1,500㎡ 규모의 소나무 숲이었지만 1960년대에 방죽과 길을 내면서 일부를 매각했다고 한다. 현재는 개어서나무·상수리 나무·느티나무 등이 주종을 이루고 있다.
장전 마을 뒷산은 매가 꿩을 잡는다는 매봉인데, 마을 앞에는 꿩이 엎드려 숨어 있다는 복치혈(伏雉穴)이란 명당이 있고 꿩이 보이지 않도록 소나무 숲을 조성했다고 한다. 마을 사람들은 절대로 숲을 훼손하는 일이 없다고 한다.
6. 동향면 학선리 봉곡 마을·을곡 마을
봉곡 마을은 배의 형국[行舟形]이라서 마을 앞 하천에 다리를 놓으면 배가 움직이지 못하여 마을이 좋지 않다고 생각했다. 을곡 마을은 마을 뒷산이 새의 모습을 하고 있어 을(乙)을 마을 이름으로 사용했다. 현재는 폐교된 학선 분교 뒤에 참나무와 소나무로 마을 숲이 조성되어 있다. 봉곡 마을과 을곡 마을을 보호할 목적으로 조성된 것이라고 한다.
계남 마을 숲은 마을 입구의 하천 유역에 있다. 수종은 팽나무·느티나무·아카시아·벚나무 등으로 매우 다양하며 천변의 침수를 방지하는 기능을 한다.
판치 마을 숲은 느티나무로 이루어졌고 마을 입구에 있다. 이 숲은 마을의 수구막이 역할을 하며 일제 강점기에 마을 숲의 나무를 베었다가 사람이 죽는 등 피해가 많아서 다시 조성하였다고 한다.
내봉 마을 숲은 마을의 좌측에 있다. 본래는 서어나무로 이루어진 큰 숲이었으나 새마을 사업 중에 소나무를 심어 조성하였다고 한다. 풍수지리적으로 마을의 청룡에 해당하는 내동산 줄기를 강화시키기 위한 것으로 생각된다.
10. 부귀면 두남리 두봉 마을
두봉 마을 숲은 마을 앞의 하천 유역을 따라 조성되어 있다. 느티나무로 이루어졌고 마을의 수구막이 역할을 한다. 본래는 마을 소유였지만 현재는 군유림(郡有林)으로 지정되어 있다.
11. 부귀면 세동리 우정 마을
우정 마을 숲은 느티나무·참나무로 이루어졌고 마을 앞쪽의 장승에서 부암으로 가는 길목에 있다. 마을 숲에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던 상당히 큰 느티나무가 있어 음력 정월 그믐날에 그 앞에서 당산제를 지냈지만, 1985년에 나무가 벼락에 맞아 고사한 이후 제사가 끊어지게 되었다. 제사에서는 이장이 제주를 맡았고 동네 기금으로 돼지머리·떡 등을 준비하여 마을의 안녕을 기원했다.
12. 성수면 외궁리 원외궁 마을
원외궁 마을 입구에 있는 마을 숲은 느티나무로 이루어졌으며, 장수 황씨가 이 마을에 정착할 때 조성되었다고 한다. 마을의 수구막이 역할을 하지만 현재는 도로 공사로 인해 숲의 일부가 손실되었다.
13. 성수면 중길리 중마 마을
중마 마을 숲은 마을의 뒷산부터 마을 입구까지 조영되어 있다. 느티나무·참나무로 이루어졌고 마을의 수구막이 역할을 한다. 과거에 숲을 없앴다가 마을이 망했다는 전설이 있다.
14. 성수면 구신리 염북 마을
염북 마을 숲은 마을 어귀에서 서낭당과 함께 마을의 수구막이 역할을 한다. 마을 숲에서 제일 큰 느티나무는 경술국치 당시 북쪽으로 넘어갔다가 3년[또는 3일] 후에 다시 일어섰다는 전설이 있어 충목(忠木)이라고 부른다. 그 옆에는 충목정(忠木亭)이라고 하는 정자도 있다.
15. 진안읍 반월리 원반월 마을
원반월 마을 어귀에 상당히 큰 규모의 마을 숲이 조성되어 있다. 수종은 느티나무이며 수구막이 역할을 한다. 마을 숲은 마을과 군의 공동 소유이다.
16. 진안읍 가림리 은천 마을
은천 마을 앞에 느티나무·팽나무·서나무 등으로 구성된 마을 숲이 있다. 마을 숲은 수구막이로서 마을에서 빠져나가는 재산을 막아 준다고 하고, 실질적으로도 바람을 차단해 화재를 막는 역할도 한다. 은천 마을 숲에는 1998년 1월 9일에 전라북도 기념물 제95호로 지정된 가림리 줄사철나무가 있다.
17. 진안읍 가림리 탄곡 마을
탄곡 마을 정면에 느티나무·서나무·팽나무 등으로 구성된 마을 숲이 있다. 마을의 앞쪽이 허한 것을 막기 위해 수구막이로서 조성되었다.
18. 진안읍 구룡리 예리 마을
예리 마을 숲은 예리 마을에서 물이 빠져나가는 하천 가장자리에 조성되었다. 느티나무·팽나무·상수리나무 등으로 구성되었고 현재 숲 안에서 표고버섯을 재배하고 있다. 마을 사람들은 마을 숲이 수구막이 역할을 한 덕분에 6·25 전쟁에서도 피해를 보지 않았다고 믿고 있다.
[마을 숲을 바라보는 시각]
마을 숲은 마을 사람들의 보존해야 하는 대상이다. 본래 마을 숲의 조성이 마을의 안녕 및 공동체적 삶과 긴밀하게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마을 숲의 조성은 불안정한 땅을 비보하여 안정한 땅으로 만드는 것에 목적에 있고, 이후 마을 숲을 오랫동안 보호하기 위하여 신성성이 더해졌다고 생각된다. 이러한 연유로 돌탑·선돌 등과 결합되어 조성된 마을 숲이 많이 남아 있고 마을의 공동체 의식인 마을 제사도 계승되고 있다.
마을 숲이 오랜 기간 보존될 수 있었던 또 다른 근거는 마을 숲이 대부분 마을 공동 소유로 관리되었다는 점이다. 마을 숲의 땅이나 나무를 팔기 위해서는 마을 사람의 동의를 얻어야만 했다. 마을 숲에 대한 인식과 소유 관계는 마을 사람들이 마을 숲을 얼마나 중요시했는지 알려 준다.
[평가 및 의의]
마을 숲은 마을이 형성될 무렵에 입지적으로 부족함이 있는 곳을 비보하기 위해 조성되었으므로 거의 모든 마을에서 나타난다. 마을 숲은 일반적으로 수구막이 역할을 하는데 그 활용은 구체적으로 비보림(裨補林)과 엽승림(獵勝林)으로 구별된다. 비보림은 부족한 점을 인위적인 조작으로 보완하기 위해 인공적으로 조성한 숲이다. 엽승림에서 엽승은 풍수적으로 불길한 기운을 눌러서 제압한다는 의미이다. 엽승림은 불길한 요소가 있는 방향을 가로막아 불길한 기운이 마을에 미치지 못하도록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