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일리의 부녀회장을 역임하고 있는 손춘권은 남제주군 성산포 시흥리에서 태어났다. 11남매의 9째로 태어나 제주도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으나 13세의 나이에 부모님이 모두 병환으로 돌아가셨다. 그래서 부산의 지장 대변에서 물질을 하고 있던 맏언니의 집에서 살게 되었다. 언니의 따뜻한 보살핌과 처제들을 자식같이 대해준 형부의 덕분으로 어린 시절을 보내었다. 특히 형부는 어린 처제들을 걱정하여 매일 새벽까지 어린 처제들의 방을 지키고, 겨울이면 따뜻한 방에, 여름이면 시원한 방에 처제들을 지내게 했으며, 한편으로는 예의를 중시하는 엄한 아버지의 역할도 도맡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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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춘권 부녀회장

이런 언니와 형부의 보살핌으로 살았던 그녀는 17세에 처음으로 언니를 통해 물질을 배우게 되었다. 언니도 해녀 일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언니에게 직접 물질을 배우기 시작한 것이었다. 처음 물질을 배울 때 가장 중요한 것은 헤엄치는 것인데 어린 시절 제주도에서 살 때부터 할 줄 알았기 때문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 그러나 지금처럼 잠수복도 없던 당시 까만 치마와 흰 저고리, 머리 수건을 쓰고 입고 깊은 바다에 들어가는 것은 무척이나 힘든 일이었다. 또한 물질을 할 때 송진과 꿀 찌꺼기를 섞어서 만든 귀마개를 하고 물속에 들어가지만 보통 10~13m의 깊이에서의 수압 때문에 귀에서 피가 나기도 했다. 하지만 이렇게 아픈 것은 따로 약이 있거나 하지 않기 때문에 그냥 참고 물질을 계속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어려움을 겪으면서 배운 일이라 지금까지 해녀라는 직업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또한 당시에는 지금보다 해녀를 필요로 하는 곳이 많았으나 해녀의 수는 적어 여러 지역으로 물질을 다니기도 했다. 경상도 지역뿐만 아니라 전라도와 경기도 지역까지 물질을 하기 위해 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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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녀회장 물질관련 이야기

물질을 해야 할 일거리는 많았으나 해녀가 부족하던 시절, 그녀는 거일2리에 물질을 하기 위해 처음으로 오게 되었다. 이때 거일2리에서 2살 많은 남편 김억수를 만나게 되었다. 당시 김억수는 월남전에 참전하기 위해 준비 중이었다. 이때 처음 김억수를 만나고 이후로 한 번도 만나보지 못했으나 그녀와 같은 동네에 사는 사람도 월남전을 가게 되었는데 이 사람을 통해 김억수는 월남에서 그녀에게 편지를 보냈다. 한번밖에 만나보지 못한 인연이지만 월남전을 마치고 김억수가 돌아올 때까지 펜팔은 계속 되었다. 이후 한국으로 김억수가 돌아오고 그녀를 만나 두 사람은 결혼을 마음먹었으나 맏언니와 형부의 심한 반대가 있었다. 언니는 함께 거일2리에 물질을 하러 온 적이 있어 땔나무와 물이 부족한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마을에서 대게를 많이 잡고 돈이 많은 지역이라도 나무와 물이 부족하면 고생이 될 것이라 생각하여 반대를 한 것이다. 형부도 또한 거일2리에 직접 와 보고 부산보다 살기 어려운 마을 환경을 보고 결혼을 반대했다. 반대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남편과 결혼을 해야겠다고 고집을 부리자 형부는 녹두줄에 묶어놓고 장작으로 3일 밤낮을 두드려 패기도 했다. 당시를 떠올리면서 그녀는 다른 곳에서 선자리가 많이 들어왔음에도 마음에 들지 않았고 이곳으로 시집을 오고 싶었다고 한다. 끝내 고집을 꺾지 않았던 남편과 그녀는 결국 집안의 허락을 얻어, 물 한 그릇을 떠놓고 결혼식을 올리게 되었다. 이렇게 결혼생활을 시작했고 결혼생활 초기에는 부산에서 살았다. 그러나 김억수는 거일2리에 부모님을 두고 온 것이 걱정이 되어 비록 형제들 중 막내이지만 부모님을 모시고 살기 위해 거일2리로 돌아가기로 마음먹었다. 결혼을 한 후 3년 뒤에 마을로 돌아와 해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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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남참전 종군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