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18E0102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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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 경상북도 울진군 북면 두천리 |
집필자 | 신상구 |
동이 트기 전 새벽 4시 나무를 하러 간다. 나무는 한겨울을 날 수 있는 연료로 사용되기 때문에 틈이 나면 모아두어야 한다. 식전에 나무 한 짐은 충분히 할 수 있다. 그렇게 겨울이 끝난 봄 마을 사람들의 하루는 시작된다. 아침 6시 아침을 먹고 논밭을 갈기 위해 집을 나선다. 12시 점심을 먹고 나면 잠시 숨을 돌리는가 생각되더니 다시 몸을 추스르고 밖을 향한다. 거름을 만들기 위한 참풀을 베기 위해서이다. 참풀은 거름의 좋은 재료가 되는데, 비료가 흔하지 않았던 시절 참풀을 베고 이것을 거름자리를 만드는데 이것이 ‘거름터미’(마을 사람들은 거름더미를 거름터미라 표현한다)이다. 소만 이후에는 풀이 많이 자라기 때문에 날마다 풀을 베어주어야 한다. 그리고 감자밭 또는 다른 밭을 향한다. 허리를 필 틈이 없다. 해가 질 6시가 되면 돌아와서 저녁을 먹는다. 그리고 이내 골아 떨어진다. 새벽을 일찍 연 그들에게 저녁시간은 오늘날 한가롭게 텔레비전을 보거나 가족들과 잡담을 할 틈이 없다. 눈을 감고 다시 뜨면 또 하루가 시작되면서 나무를 하고 풀을 베고 감자를 심는 등 일상이 이어진다.
여름이 되면 더 많은 일이 기다린다. 풀을 베는 일은 여전히 기다리고 있으며, 이외 모내기와 보리타작, 도리깨질 등 해야 할 일은 날을 거듭할수록 늘어난다. 아침에 일어나 풀은 베어오는 것에서 시작되고, 아침을 먹고 나면 논둑을 베거나 무너진 보도 보수해야 한다. 한해의 농사가 풍년이 될 것인지 흉년이 될 것인지는 이 시기 얼마나 노력했는지에 결정되기 때문에 한숨도 돌릴 틈이 없다. 여름이 깊어질수록 중요한 일은 김을 매는 것이다. 일의 고됨은 중간 참으로 다스리는데, 그 노동의 강도가 깊어 돌아서면 배가 고파온다. 점심을 먹고 오후가 되면 다시 국수 또는 감자가 온다. 칼칼한 목을 한잔의 막걸리로 축이고 허기진 배를 국수와 감자로 달래고 나면, 다시 김을 맨다. 여름 긴 해를 원망하기보다 하루가 짧음을 아쉬워하며 어둑어둑해질 때까지 손에서 일을 놓지 않는다. 저녁 집으로 돌아오면 다시 내일을 걱정하며 눈을 붙인다.
두천리에서 봄과 여름은 누구 할 것 없이 허리를 펴기 힘든 시기이다. 초록색 논밭에 머리를 숙이고 엉덩이를 치켜든 우리 어머니들의 꽃무늬 바지들이 보인다. 그리고 간혹 흰수건이 논 사이로 고랑사이로 언듯 언듯 지나간다. 내심 웃음이 나기도 하지만 허리 펼일 없는 어머니와 아버지들을 생각하니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