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18E0201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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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 경상북도 울진군 북면 두천리 |
집필자 | 신상구 |
십이령 고개길은 자동차만 다닐 수 없는 길이다. 1968년 울진·삼척에 무장공비가 침투했을 때 이를 소탕하기 위해 미군들이 지도를 들고 두천에 와서 길을 찾았다고 한다. 분명 지도에는 길이 있지만 아무리 찾아봐도 자동차가 갈 수 있는 길이 없다. 십이령 고개길은 사람이 그리고 그들이 가지고 다니는 짐만이 오고가는 그런 길이었다. 선질꾼들은 흥부장과 울진장에서 생산된 것을 짊어지고 이곳을 지나가고, 돌아오는 길 등짐 가득 봉화와 내륙에서 구할 수 있는 것으로 채워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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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이령고갯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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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이령고갯길
흥부장에서 해안에서 구입할 수 있는 다양한 물건들을 쪽지게에 올렸다. 봄에는 임금님께 진상하였다고 하는 고포미역과 염장한 생선을 가지고 다녔다. 문어의 껍질을 벗겨 말린 ‘백지’도 선질꾼이 나른 물건 중 하나이다. 봉화나 춘양장에서 수요가 많았던 가오리와 상어도 꼭 챙겨야 할 물목이었다. 가끔 주막에서 잘 때 이 문어를 훔쳐 먹는 이들이 있었다. 두천에서도 마을 젊은이들이 구하기 힘든 문어의 다리를 빼내어 먹어 선질꾼과 싸움이 벌어지기도 하였다. 가을이 되면 울진의 흥부와 부구 등지에서 생산된 소금도 있었다.
돌아오는 길에는 물물교환으로 바꾼 것들을 한 가득 싣고 돌아온다. 춘양의 쌀과 잡곡 특히 콩은 메주를 담글 때 사용하는 중요한 것이라 해안지방에서 많이 팔리는 인기 있는 품목 중 하나이다. 이 콩은 가을에 주로 많이 가지고 오는데 흥부리에서는 고지(박) 농사가 잘 되었기 때문에 이를 몇 축씩 지고 가서 콩과 바꿔오기도 한다. 명절이나 2월 영등이 되면 제의에 사용하는 대추를 분천에서 많이 가져와 이를 소금과 교환하기도 한다.
합법적으로 교류가 가능한 물품을 거래하기도 하지만, 때때로 교류 통제 품목인 담배를 가져오기도 한다. 담배를 가지고 올 경우 큰 길을 이용하지 못하고 작은 길로 돌아와야 했다. 당시 울진의 흥부에서는 담배가 재배되지 않아 감자 잎을 뜯어 그것을 피우기도 하였다. 이렇게 귀한 것이니 가끔 위험부담을 해서라도 담배를 가져와 팔기도 하는데 이 경우 다른 것에 비해서 수입이 좋았다.
그들이 나르는 물건은 모두 ‘쪽지게’에 올린다. 그리고 이 쪽지게 때문에 그들이 선질꾼으로 불리기도 하며 바지게로 불리기도 한다. 지게에는 일반 지게, 바지게, 오르대지게, 쪽지게가 있다. 오르대 지게는 바지게와 비슷하나 지게 위에 지게 뼈대도 짧고 가지가 있는 것으로, 나무를 운반하는 많이 사용한다. 산에서 제재한 나무를 나르는 일꾼을 ‘오르대꾼’이라 칭하는 것도 그들이 지고 다니는 지게에서 비롯되었다. 바지게는 짐을 얹는 가지가 있는 것과 없는 것으로 구분되는데, 가지가 있어도 일반지게와는 달리 가지 길이가 짧다. 쪽지게는 뒤쪽으로 뻗은 가지가 없는 것으로 그냥 길쭉하게만 생긴 말뚝에다 고등어나 어물을 단단히 메고 가는 형태이다. 이것이 바지게의 가지가 없는 것과 유사하여 쪽지게를 바지게라 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는 선질꾼을 바지게꾼으로 불리게 된 이유 중 하나이다.
쪽지게에 올린 고등어며 소금 그리고 문어 등은 선질꾼의 발을 빌려 산을 넘고 내를 건너 봉화로 향했고, 대추와 콩 그리고 담배는 돌아오는 선질꾼의 등짐에서 울진의 바다를 구경하였다. 십이령 고개길에는 이렇게 많은 것들이 오갔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자동차는 갈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