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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에 따라 다른 파도
메타데이터
항목 ID GC018A020202
지역 경상북도 울진군 평해읍 거일리
시대 현대/현대
집필자 이승훈

바다에 고기를 잡으러 나가는 어부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날씨였다. 특히 지금처럼 동력선이 없던 시절에는 바람의 영향이 매우 컸다. 조수간만의 차가 심하지 않은 동해에서는 해류의 영향보다 바람이 부는 방향에 따라 파도도 함께 치기 때문에 항상 바람의 방향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거일2리 주민들은 바람에 따라 각각 이름을 붙였는데 동풍은 들바람, 서풍은 하늘바람, 남풍은 갈바람, 북풍은 샛바람이라 불렀다. 이러한 바람은 계절에 따라 다르게 부는데 봄에는 바람의 방향이 수시로 바뀌어 “봄 되면 하루 열두가지 바람분다.”라는 말이 있지만 주로 갈하늘바람(남서풍)이 많이 분다. 예전에는 봄이면 간혹 이 바람에 떠밀려 축산항의 사람들이 거일2리까지 오기도 했다.

늦은 봄에는 들바람(동풍)이 부는데, 들바람은 바다의 습기를 몰고 와서 들바람이 부는 동안에는 습도가 매우 높아 빨래가 잘 마르지 않는다. 여름이면 다시 남서풍이 부는데 이 계절에는 바람이 크게 강하게 불지는 않는다. 다만 태풍이 위험한데 태풍이 불 때 처음에는 북풍이 분다. 이후 태풍이 가까워지면 남풍이 불기 시작하는데 태풍이 오게 되면 거일2리의 남쪽에 사는 사람들은 집과 바다가 가까워 피신을 해야만 했다. 겨울에는 샛바람(북풍)이 부는데 바람이 강하여 바다 일을 나가기가 힘들다. 간혹 겨울에 갑자기 하늘바람(서풍)이 불기도 한다. 또한 계절에 관계없이 갑자기 폭풍처럼 북서풍이 불기도 하는데 이 바람을 ‘도갈피’라고 한다

거일2리 사람들은 일년의 바람을 월별 불어오는 방향에 따라서 가늠하기도 하지만, 하루의 날씨를 후포로 넘어가는 산등성이에 서서 가늠하기도 한다. 하루 조업을 위한 도시락 ‘밥망태’를 짊어지고 후포항으로 넘어가게 되면, 산등성이의 꼭대기에 이르게 된다. 여기서 바다를 바라보면서 후포항을 바라보면 불어오는 바람으로 날씨를 가늠한다. ‘구름서는 방향’에 따라서 하루의 날씨를 예측하는데, 구름이 서쪽으로 서성이는 경우 후포항으로 가도 출어를 하지 못할 것임을 짐작한다. 이는 기막히게 들어맞게 되는데, 특히 겨울과 봄 구름이 서쪽에서 서성이는 경우 후포항에서는 더 이상 출어가 되지 않고 돌아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후포로 넘어가지 않고 집으로 돌아오는 경우도 있다. 구름이 없는 날에는 별똥별로 가늠한다. 별똥별이 남쪽으로 떨어질 경우 북풍이 불 것을 짐작하여 이날 출어여부를 결정하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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