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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갈이’로 친목을 다지다
메타데이터
항목 ID GC018C010201
지역 경상북도 울진군 금강송면 소광리
시대 현대/현대
집필자 여수경

소광1리에서는 3월 3일 친목계 일종의 마을 모임을 가지는데 이를 ‘계갈이 한다’라고 한다. 동제가 중단된 양 마을에서는 음력 정월대보름이 되면 마을에서 행하는 특별한 행사는 없으며, 면단위의 윷놀이 또는 쥐불놀이, 달집태우기가 있어 여기에 참석한다. 이외 마을별 친목을 다지기 위한 시기가 바로 음력 3월 3일이다.

주변이 산으로 둘러싸인 이곳에서 3월은 본격적인 농사일이 시작하기 전이다. 3월 초순까지 산 주변 곳곳에 남아있는 눈으로 산나물 또는 약초를 따러 가기 힘들며, 땅이 얼어 농사를 짓기에도 부적합하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삼월은 외부의 2월과도 같다. 하지만 곧 날씨가 풀어지면 어느덧 땅은 빨리 녹을 것이며, 봄나물은 언제 그랬냐는 듯 고개를 내밀고 쑥 들어갈 것이기 때문에 이를 대비해서 3월 3일 삼짓날에 그들만의 모임을 갖는다.

이 날 행사에는 마을별 친목모임으로써 소광1리 사람들만 모인다. 오전 9시가 되면 마을 사람들은 하나둘 마을회관에 모이기 시작한다. 이장의 방송이 마을을 울려 퍼지면 집안에 있던 사람들이 다시 고개를 내밀며 마을회관으로 올 채비를 꾸린다. 마을회관에서는 부녀회원들이 일찍이 모여 이날 먹을 음식을 준비한다. 마당에서는 사냥으로 잡은 멧돼지 고기를 일부 숯불에 올려놓고 서서히 굽기 시작한다. 고기 굽는 냄새가 마을을 진동할 즈음이면 이장은 다른 한편에서 윷놀이 준비를 한다. 주위 소나무 또는 참나무를 베어서 윷을 만들고 멍석을 깔고 한편에서 윷판을 그린다. 돌멩이와 납작하게 만든 말을 각각 준비한다. 이윽고 밖으로 낸 스피커를 통해서 음악소리가 온 동네를 들썩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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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광리 마을주민07

윷판이 준비되면 마을 사람들은 편을 가르는데, 특별한 편이 있지 않다. 가끔 남자와 여자 성의 대결을 펼치기도 하며, 나이 많은 사람과 나이 적은 사람 등 나이순으로 편을 가르기도 한다. 윷놀이는 마당에서 선 채로 진행된다. 끊임없이 웃음소리가 들리며, 한쪽에서는 소주잔을 기울이며 고기를 연신 구워댄다. 마을회관에서는 연로하여 밖에 나갈 수 없는 연장자들이 부녀회원들이 가져다주는 고기를 먹으며 이 날을 함께 즐긴다.

3월 3일 소광리에서는 아직 쌀쌀한 날씨에 가끔 눈발이 흩날리기도 하지만 함께 보내는 이 시간이 무척 즐거운 한때이기도 하다. 그리고 총무는 함께 즐기는 사람들 사이로 한해의 회비를 거두러 다닌다. 돈이 없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빌리기도 하며, 바로 앞에 있는 집으로 뛰어가 돈을 가지고 오기도 한다. 그들에게 이 날은 일년을 준비하기 위해 신명나게 판을 즐기는 하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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