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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땅에나 화전하는게 아니요
메타데이터
항목 ID GC018C010302
지역 경상북도 울진군 서면 소광리
시대 현대/현대
집필자 여수경

화전을 만들 때 토지의 선정이 가장 중요한데 땅의 모양새, 바람, 햇볕, 강우량 등의 자연조건을 고려하여 정한다. 화전하기에 좋은 땅은 수목의 성장이 왕성한 토지이면서 개간한 적이 없고 낙엽 등의 부식토가 풍부한 곳이 좋다. 완만한 경사지나 산록의 충적토로 표토가 깊고 비옥하고 남쪽이나 동쪽을 바라보는 것이 좋다. 또한 자갈이 적고 표토가 깊고 비옥한 곳이 좋다. 개인마다 차이는 있지만 화전으로 가장 적당한 농지를 1966년 산림청에서 발행한 『화전정리사』에는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다.

수목의 성장이 왕성한 토지이면서 개간한 적이 없는 곳

낙엽 등 부식토가 풍부한 곳

완경사지 특히 산록의 충적토로 표토가 깊고 비옥한 곳

남면이나 동면을 향하여 있는 곳

자갈이 적고 표토가 깊으며 비옥한 곳

비단 전해지는 문헌에서 화전에 적당한 땅을 찾는 법과 마을 사람들이 전하는 법칙과는 구분되지 않는다. 불을 질러 그 경사가 급하지 않은 곳이어야 하며, 그 땅이 너무 단단하거나 무르지 말아야 하는 곳이 좋은 땅임을 오랫동안의 지혜로 그들은 터득하였다.

어떤 곳에 화전을 할 것인지 선정을 하면 먼저 그 곳의 큰 소나무와 잡목을 벌채한다. 그 중 건축용재나 연장감 또는 땔감으로 사용할 것만 반출한다. 그 외의 잡목과 넝쿨과 같은 것은 모두 베어 그 자리에 둔다. 화전에 불을 붙이는 시기는 보통 봄에 하며, 초여름이나 간혹 가을에 하기도 한다. 보통 바람이 없는 날을 정해 불을 붙이면 하루 정도면 다 타지만 규모가 큰 밭은 2~3일간 탄다. 불이 꺼지고 타다 남은 나무들은 모아두거나 다시 태운다. 그리고 임야와의 경계지역에 20자 이상의 안전지대를 확보하여 산불예방에 대한 조치를 한다. 이렇게 만든 화전은 나무풀이 남긴 재와 낙엽이 생긴 부식토 등의 지력으로 지탱되기 때문에 6~7년 동안은 일모작으로 경작한다. 이 과정에서 토질이 좋고 표토가 깊을 경우에는 계속적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불지르기도 끝난 화전은 바로 파종을 하는데, 먼저 서숙을 전면에 뿌려가면서 경사 아래 부분에서는 괭이로 씨앗이 묻히도록 올라가는 작업으로 파종을 끝낸다. 이 과정을 새밭파리가 한다. 화전의 첫 해에는 꼭 서숙을 파종해야 하는데, 이는 화전민들이 주식이 조인 서숙이기 때문이다. 벼농사는 전무한 상태에서 조를 먼저 생산해야만 한해를 견딜 수 있는 식량이 확보된다는 점에서 꼭 먼저 서숙을 파종한다. 또한 나무를 태우고 난 자리 아직 지력이 있을 때 조를 심어야만 좀 더 많이 생산량을 증대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다른 곡식들 콩과 팥을 파종하기도 한다.

파종이 끝난 밭은 비로소 밭이라 호칭하는데, 새로 일군 밭이라 하여 새밭이라 부른다. 이 호칭은 적어도 4~5년 동안 지속되는데 이유는 굵은 나무뿌리가 완전히 없어져서 우마로 경작할 수 있는 완전한 밭으로서 역할을 하기 전까지를 지칭하는 것이다. 소로 경작할 수 있는 밭으로서의 기능이 완료된다면 비로소 ‘00전’이라는 호칭이 붙게 되며 이는 자신의 재산목록에 기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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