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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한번 꿀을 뜨고 이전항목 다음항목
메타데이터
항목 ID GC018C030202
지역 경상북도 울진군 금강송면 소광리
시대 현대/현대
집필자 여수경

잘 만들어진 벌통을 좋은 장소에 봉하고 나면 이후로는 그 벌통을 열 수 없다. 봄철과 여름철이 되면 벌은 나갔다가 밤이 되어 들어오지 못하고 아침에 들어오기도 하기 때문에 벌통이 설치된 장소에는 움직이지 않고 일 년 동안 그 자리에 놓아둔다. 간혹 벌통에 파리가 들어 그 새끼를 치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 벌은 떠나게 되고 이는 빈 벌통을 남게 된다. 10월이 되어서 벌통을 열 경우 아무런 수확은 하지 못하게 된다. 이처럼 목청은 상당한 정성과 기술을 요하며 또한 운도 맞아야만 하는 어려움이 있다. 일 년 동안 정성을 기울이는 토봉의 벌과 주인은 각별한 관계를 맺는다. 마을 사람들은 이러한 주인과 벌의 관계를 ‘벌은 자신을 돌보아 준 주인을 알아 본다’라고 한다. 토봉을 키우던 사람이 혹여나 키우는 과정에서 죽게 되면, 자신의 벌통 주변에도 그 죽음을 안타까워하며 삼베로 만든 테를 두른다고 한다. 흔하게 발생하는 경우는 아니지만, 마을에서는 벌을 정성스럽게 키운 사람이 죽자 그 가족들이 삼베로 만든 테를 둘렀고, 그 사실을 벌들이 알았는지 양 날갯죽지 밑에 하얀 테를 두르고 날아다녔다고 한다. 그 형상이 꼭 몽상(蒙喪: 부모상을 당하고 상복을 입는 것)을 하얗게 입고 나온 것과 같다고 하였다. 그렇게 벌들은 주인의 죽음을 슬퍼하면서 벌통 주위를 맴돌았다고 한다.

6월이 되면 벌이 집을 나가기 시작하는데 이를 ‘살림난다’라고 표현한다. 이때 각별한 주의를 요하는데, 다른 벌통을 찾기 위해 여왕벌이 벌통을 나가 옮기게 되면 이를 잡아서 다시 새 벌통으로 옮겨 주기도 하는데 이 때 꼭 여왕벌을 함께 옮겨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또 6월이 되면 일벌에 비해서 시커멓고 굵은 수벌은 보이는 데로 죽이게 되는데, 이는 꿀은 따지 못하면서 꿀을 오히려 축내기 때문에 별 쓸모가 없기 때문이다.

10월이 되면 비로소 뚜껑을 열고 꿀을 따는데, 이때 너무 일찍 따게 되면 꿀이 물러져서 버리게 된다. 꿀은 저녁이 지나 벌들이 집을 찾아 모두 돌아오게 되면 집으로 가지고 와서 뜬다. 벌은 위에서 아래로 향해 꿀을 채워 넣기 때문에 통을 비스듬히 세워놓고 나무 꼬챙이로 이를 찔러보면 꿀이 찬 곳을 알게 된다. 그리고 벌통의 중간에는 여왕벌이 있는데 여왕벌의 날개까지 보통 꿀을 뜬다. 한 통에 두 되 정도의 꿀이 있는데 이 중 한 되만을 뜨고 나머지 한 되는 벌들이 겨울을 날 수 있도록 그대로 둔다. 한 되를 뜨고 난 뒤 다시 밀봉한 뒤 놓아두면 겨우내 벌들은 이곳에서 자신들의 꿀로 생활을 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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