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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데이터
항목 ID GC01801699
영어의미역 Gopo Brown Seaweed Presented to the King
분야 정치·경제·사회/경제·산업
유형 개념 용어/개념 용어(기획)
지역 경상북도 울진군 북면 고포리
집필자 여수경

[개설]

고포 미역마을은 행정적으로 울진군 북면 나곡6리로 울진군의 가장 북쪽에 위치하며, 마을의 중간 개천을 중심으로 좌측과 우측이 각각 경상북도 울진군 고포와 강원도 삼척시 고포로 나누어진다. 이곳의 미역은 울진의 다른 지역의 미역보다도 그 질이 좋아 품질이 우수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고려시대부터 임금님께 진상하는 ‘화포’로 알려져 있다. 『신증동국여지승람』과 조선왕조실록에도 기록되어 있는 고포미역은 현재까지도 전국적인 명성을 자랑하는 울진의 대표적 특산물이다.

[경상북도 울진군 고포와 강원도 삼척시 고포]

고포는 1896년 마을을 가로 지르는 도랑을 경계로 구분되기 시작하였다. 당시 마을은 중심에 위치한 개천을 중심으로 강원도 울진군과 삼척군으로 구분되는 별개의 마을이었다. 이때만 하여도 같은 강원도에 속했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1963년 울진군이 경상북도로 편입되면서 문제가 발생하였다. 마을의 중심 개천 좌측은 경상북도 울진군 고포가, 우측은 강원도 삼척시 고포가 된 것이다. 같은 마을인데도 집의 위치에 따라서 경상북도민 또는 강원도민이 된 것이다.

이러한 모호한 경계로 인해 1990년대까지 서로간에 분쟁이 적잖게 일어났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하여 수협 조합장들이 만나 상호간의 분쟁을 조정하기도 하였다. 마을 경계선에 대한 분쟁은 어촌 마을의 중요한 재산 중 하나인 ‘짬’으로 인해서 발생하였다. 짬은 농촌·산촌의 밭 또는 논과 같은 것으로 미역 또는 해산물들이 집중적으로 자생하는 곳을 일컫는다.

고포마을의 경계선이 경상북도와 강원도에 걸쳐 있게 되자 고포마을의 북쪽에 위치한 인근 삼척시 월천2리와는 어촌의 경제생활 공간이라고 할 수 있는 짬에 대한 분쟁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서로 미역이 많이 나는 짬에 대한 영역을 주장하였고, 이는 마을 소득과도 연결되어 있어 영역에 따른 분쟁이 빈번하게 발생하였다.

마을이 행정적으로 구분되자 한 마을 앞집에 살면서도 지역 번호를 눌러야 뒷집에 전화할 수 있으며, 마을회관에서 함께 웃고 즐기다가도 선거를 위해 각각 삼척과 울진으로 나가야 하는 웃지 못할 일도 종종 벌어지고 있다. 또한 우체국도, 해양선박출입항신고소도 각각 삼척과 울진에 나누어져 있으며, 40가구가 채 되지 않는 마을에 이장도 각기 다르다는 사실에는 웃음이 절로 난다. 바로 앞에 보이는 집에 전화하기 위해 비싼 시외전화 요금을 물어야 하니 서로 창문을 열고 또는 발품을 팔아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마을의 오랜 관행이 되어 버렸다.

[고포미역의 특징과 채취]

『신증동국여지승람』과 조선왕조실록 등에도 기록되어 있는 고포미역은 임금님의 진상품에도 오를 정도로 울진의 유명한 특산물이다. 미역의 성장에는 물의 온도, 날씨, 조류가 중요하다. 고포미역은 산이 높아 음광의 차이가 커서 미역의 질이 좋다고 한다.

고포마을은 울진군에서 강원도를 따라 넘어가는 국도 7호선 오른쪽에 위치한 마을이다. 산을 넘어가는 동안 도저히 마을이 나타날 것 같지 않은 곳에서 산의 중턱에 오르게 되면 오른쪽으로 내려가는 길을 접하게 된다. 가파른 경사를 따라 내려 가가면서 모퉁이를 몇 번 돌면 없을 것 같은 마을이 산과 산이 만들어 낸 좁은 평지에 바다를 보고 자리 잡고 있다. 뒤쪽으로 높은 산이 있지만 정동향에 위치한 마을은 아침 일찍부터 햇살을 충분히 받으며 오후 3시가 되면 어느덧 그늘을 진다. 바로 이러한 위치가 고포마을의 미역을 만들어낸다.

고포마을 미역의 가장 큰 특징은 음광의 차이에 있다. 이곳 바다는 수심이 얕고 물이 맑아 햇빛이 물 속 깊숙이 비친다. 게다가 이곳의 조류는 빨라서 양질의 돌미역이 자랄 수 있는 환경을 갖추고 있어 다른 곳의 미역과는 구분된다. 고포마을의 미역은 인근 미역과는 구분된다. 다른 곳의 미역은 줄기나 미역꾸디기[미역의 머리 부분에 해당하는 부분]는 잘라내지만, 고포마을 미역은 잘라내지 않아도 된다.

또한 고포미역은 찰지고 좋아서 미역국을 끓일 때 참기름을 붓지 않아도 된다. 고포미역으로 국을 끓이면 뿌연 국물이 우러나는 반면 인공 건조된 일반 미역은 국물색이 새파랗다. 이렇게 고포미역의 명성이 높다 보니 다른 지역의 미역을 고포미역으로 이름 붙여 파는 경우가 종종 생기기도 하며, 고포미역을 사기 위해 관광버스를 타고 원정 온 아파트 부녀회를 만나기도 한다.

고포마을에서 미역을 채취하기 위해서는 일차적으로 어촌계원이어야 한다. 어촌계원은 고포마을에 거주하고 있어야 하며 어업에 종사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어촌계원에게는 구지빗기[짬에 대한 추첨]에 참여할 수 있는 권한이 부여된다. 짬은 한 개인의 소유가 아닌 어촌계원의 것으로, 몇 가구가 하나의 무리를 이루어 한 해 동안 짬에서의 생산물을 공동분배하게 된다.

구지빗기는 이러한 짬에 대한 추첨권으로 고포마을에서는 12월에 추첨하는데, 미역이 많이 나는 하구암을 받는 것은 오로지 운에 따라야 한다. 현재 고포마을의 짬은 북쪽에서 짚아바우·향무암·큰풀·잔주·불바우·하바우까지로, 하바우 아래는 나곡3리와 경계가 된다. 이 중 하바우[하암]는 고포마을에서 생산량이 가장 많은 짬이다.

짬에 대한 분배는 그 해 생산량에 따라서 조절되는데, 그 해 생산이 많이 되었던 곳은 가구를 조금 더 배정하고 생산량이 적었던 곳은 덜 배정하기도 한다. 구지빗기를 하는 동안에 어촌계원들 상호간에 불만이 생기기도 하지만 특별히 문제화시키지는 않는다. 문제를 일으킬 경우 다음 구지빗기에 불리할 수도 있기 때문에 불만이 있다 해도 모든 어촌계원들은 추첨을 수용한다.

[고포미역 채취 도구와 방법]

미역 채취는 2~3월에 시작하며, 늦게는 5월까지 할 수 있다. 1970년대 이전까지는 마을 사람들이 직접 채취하였지만, 그 이후는 해녀나 잠수부를 이용하여 채취하고 이들이 채취한 미역을 마을 사람들이 분류하고 있다. 미역을 채취할 때는 소형 뗏목을 이용하는데, 이를 떼배 또는 떼가래라 한다. 인근 바다에서 미역을 채취하거나 해산물을 운반할 때 사용하는 운반 도구의 일종이다. 떼배는 특별한 기술이 필요한 배는 아니며, 통나무 몇 개와 망치질로 만들 수 있는 것으로 뗏목과도 같은 것이다.

미역을 채취하기 위해서는 짬으로 이동해야 하는데, 보통 떼배 또는 4~5명이 탈 수 있는 목선[전마선]을 이용한다. 떼배를 타지 못하는 경우에는 해안에서 가슴까지 오는 비닐 옷을 입고 해안 주변으로 떠내려오는 미역을 직접 낚기도 한다. 미역을 채취하기 위해서는 미역 줄기를 자를 수 있는 낫대와 이를 건져내는 거리대가 필수적이다.

낫대는 긴 장대에 끝에는 낫이 달려 있는 것으로 그 길이는 사용하는 사람에 따라서 조절된다. 장대는 대나무로 만들어져 탄력성이 있으며, 수중에 있는 미역의 줄기부분을 자른 후 거리대로 건져낸다. 과거 목선[전마선] 또는 떼배를 이용한 작업에서는 노를 젓는 사람, 거리대를 잡는 사람, 낫대를 잡는 사람이 한 조를 이루어 미역을 채취하였다. 미역이 한창인 4월에는 목선[전마선]을 타고 나가지 못한 아이나 노인들이 까꾸리를 이용하여 해변가로 밀려온 미역을 건져 내기도 하는데, 이를 ‘풍락초 건진다’고 한다.

[고포미역이 되기까지]

아무리 좋은 미역이라 하여도 건조를 잘못하면 상품 가치가 없다. 비가 오거나 날씨가 좋지 않으면 미역의 색은 변하고, 건조한 하늬바람이 불어야만 미역이 제 색깔을 띠게 되어 검고 윤기가 난다. 미역발[채반]에서 3~4일 동안 건조한 바람과 햇볕에 말리게 되는데 고포미역은 다른 지역 미역에 비해 두꺼워 하루 정도를 말린다. 이 과정에서 비가 오면 품질이 저하되는데, 맛보다는 미역의 색깔이 바뀌기 때문에 상품 가치가 떨어진다. 마을 사람들은 이를 ‘골 말랐다’라고 한다.

매년 고포마을에서 생산되는 미역은 700~800단으로 약 1억 원 가량의 수입을 올리고 있다. 특히 2008년 6월 3일 종영된 드라마 「이산」에서 산후 조리에 고포미역이 최고라는 사실이 방영된 이후에는 찾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 그 양이 부족할 정도이다. 현재 고포미역은 울진군과 죽변수협에서 전량 수매하고 있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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